노동 상담 창구인 ‘땅콩’이라는 단체를 하며, 여러 노동 상담을 받는다. 특히 요즘에는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인수합병으로 인해 맞닥뜨리게 된 고용승계문제, 일자리 상실 가능성 등과 관련된 문의를 자주 받는다. 경제논리에만 집중된 합병 논의에 정작 당사자 중 한 축인 노동자는 그 테이블에 자리가 없는 현실 때문이다.
항공 산업 분야의 특수적 상황에는 공공성과 독점성 등이 있다. 이를 근거로 정부와 국회는 민간기업인 항공사가 노동자의 노동권 제한과 규제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필수유지 업무 제도’를 오랫동안 별 합리적 근거도 없이 유지하며 적극적으로 민간 기업의 노동권 탄압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아시아나항공 경영 위기를 이유로 대한항공으로의 합병을 추진하며 막대한 국가 재정과 더불어 무소불위의 독점적 지위까지 적극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이는 우리사회에 현재 큰 화두가 되고 있는 불공정, 권력 카르텔 등의 전형적인 예가 아닌가 싶다.
과거 항공 산업의 대표 주자인 국내 두 대형 항공사에서 각각 발생했던 땅콩 회항과 기내식 대란을 돌이켜 보자면, 이들 사건이 단지 개별 기업의 구조적 문제나 개인 일탈의 결과로만 발생한 것이 아니었다. 이들 사건은 우리 사회가 재벌 대기업에 대해 행정, 정치, 사법, 언론 등 분야에서 행해온 적극적 봐주기가 오랫동안 이어져 온 사회 구조적 모순 즉 적폐가 쌓여서 발생한 사건들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회 구조적 모순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왜 여태까지 단 한 번도 정당한 단죄나 제도 개선, 정비 혹은 전면적 구조개혁과 같은 일이 논의되고 수행된 적이 없었던 것일까.
그 이유는 아마도 이를 마땅히 견제하고 제어하는 기능을 수행해야 할 사회적 시스템이 마땅히 없었거나 명목상 있었음에도 그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지점에서 적어도 개별 기업 내에 최소한의 견제와 감시 수단 역할을 할 수 있는 노동조합 혹은 이사회가 시스템적으로 작동되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가정해 본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부의 재분배, 양극화, 미래설계에 대한 낙담 등 우리 공동체 전반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문제들이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다.
예를 들어 보자면, 자본 권력의 편에만 서서 정책을 수립하는 공권력 즉 반 노동자편에서 집행되는 정책 사항들이 노동조합을 비롯한 노동자 주도 구조 본연의 힘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런 기조는 결국 노동조합 활동성이 약해지는 결과로 이어지게 됨으로 약자를 대변하는 기능은 그 어디에서도 제대로 수행해 주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이런 반복 된 악순환의 고리는 노동 현장에서 노동조합이 결국 사용자 측과의 교섭에서 교섭 활동성에 가지게 되는 힘이 약화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한다. 이런 과정의 반복은 노동조합이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하고, 각 사업장이 가진 구조적 문제에 대한 지적이나 개선 요구를 할 기회를 애초에 노동조합이 상실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런 결과가 쌓이게 되면 이는 사회구조에 대한 문제 지적과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 사회 감시 및 관리 감독 활동 수행이 가로막히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노동조합 활동의 기능 약화는 결과적으로 각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에게 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 그리고 전 공동체 일원들 모두에게 그 악영향이 이어지는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항공 산업 분야 노동자들에게 있어서 노동환경 개선에 노동조합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아울러 노동조합 활동 범위를 수동적으로 한정하여 내부 노동 운동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개선 전체에 대한 활동으로 그 폭을 넓히고 사회적 영향력을 미치는 것에까지 포함 시켜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의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처한 노동환경은 열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은 기본적으로 최소한의 내부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고 보강해 줄 수 있는 최소한의 보호막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특히 우리나라 항공 산업 전반 영역에서 노동조합 역사는 민주 노조의 기반이 약하고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활동이 미미하다.
이런 항공 산업 분야의 전통적 노동환경과 환경 속에서 바른 노조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 가입과 활동을 주저하는 많은 항공업계 종사 노동자들이 생기는 현상이 발생하게 만들었다. 이런 자기 통제 의식으로 인하여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형 두 항공사 합병 과정에서 정작 당사자인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그 어디에서도 들어 볼 수가 없다. 이는 종국에 합병이후에 발생할 여러 노동자의 일자리 보전 문제와 안정적 생계유지 등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박창진 바른선거시민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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