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속 '장애' 읽기) 장애 문제를 다룬 뉴스 콘텐츠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언론사는 별도의 장애 분야 전문 기자 육성해야…
2024-01-17 06:00:00 2024-01-17 06:00:00
지난 5일 대구에서 뇌병변 장애가 있는 39세 아들을 살해한 60대 아버지가 구속되었습니다. 지난해 11월 20일에는 서울에서 8살 아이가 장애를 이유로 부모에게 살해당했습니다. 
 
비장애인 부모가 장애인 자녀를 살해하는 이야기는 매년 수건 씩 보도되고 있습니다. 처음엔 그런 기사를 보고 많이 놀라고 슬펐어요. 몇 년의 시간이 지금은 기사 제목만 슬쩍 보고 넘겨버리곤 합니다. 마음이 무뎌져서냐고요? 아닙니다. 봐 봤자 다른 내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장애’의 사회적 문제를 다룬 뉴스 콘텐츠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정치, 경제, 사회 하다못해 연애까지도 큰 사안이 터질 때마다 분석 기사가 쏟아져 나옵니다. 그런데 유독 장애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스트레이트성 기사, 그러니까 어떤 사건이 언제 어떻게 발생했다는 사실의 나열 외엔 제대로 된 분석 기사가 뒤따르지 않습니다. 물론 가끔은 언론사가 작정하고 장애 문제를 화두로 한 기획 연재를 내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시적입니다.  
 
그 이유는 너무나 명확합니다. 모르기 때문입니다. 전문가가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39세 아들을 살해한 아버지의 경우에는 왜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본인이 아들의 돌봄을 온전히 감당했는지에 대한 기사부터 나왔어야 합니다. 이미 마련돼 있는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면 원인이 무엇인지 파고드는 기사가 나왔어야 합니다. 
 
매년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활동지원서비스가 마련돼 있지만 중증도 경증도 이용하기 쉽지 않은 실태에 대해 기사가 나왔어야 하고,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지 살펴야 하고, 현실적인 제도 개선을 위해선 얼만큼의 예산과 인력 추가 배치가 필요한지 등에 대한 대책 촉구 기사까지 뒤따랐어야 합니다. 
 
‘장애인의 부모’로 있다보니 여러 언론사 기자들에게 인터뷰이 요청을 받곤 합니다. 그때마다 ‘몰라서 송구해하는’ 기자들에게 괜찮다고 다독이곤 합니다.   
 
그래서 제안합니다. 각 언론사는 장애 문제를 담당할 기자를 따로 선정해 주시길 바랍니다. 보통 기자들은 출입처별로 나뉘어 일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복지부나 교육부 출입 또는 경찰서 출입 기자들이 장애 문제를 다룰 텐데요. 그것만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모든 장애 문제는 반드시 사회 문제와 맞닿아 있고 정책과도 필수적으로 연결돼 있기에 이를 담당할 전문성을 갖춘 기자, 장애 문제의 전반을 훤히 꿰뚫고 있는 ‘아는 기자’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출입처로 구분하는 게 아닌 주제로 구분해 별도의 기자를 둬야 한다는 뜻입니다.  
 
왜냐고요? 장애 문제는 ‘사람’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삶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 정책의 중요성이 그 어떤 분야보다도 높은데 정작 언론에선 장애 정책에 전문성을 지닌 기자가 없기 때문에 모든 뉴스 콘텐츠가 겉핡기만 하고 지나기 때문입니다. 
 
의학 전문기자는 그 분야의 전문성으로 인해 출입처가 아닌 주제별로 구분된 활동을 합니다. 장애 영역도 마찬가지여야 합니다. 
 
유튜브에 구독자마저 빼앗기고 있는 현 실태에서 언론이 다시 구독자층을 넓힐 수 있는 방법은 콘텐츠 강화뿐입니다. 양질의 뉴스 콘텐츠를 내어놓는 것, 이를 위한 주제별 전문기자의 육성, ‘장애’ 분야부터 그 변화가 시작되기를 바라봅니다. 
 
류승연 작가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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