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못 받은 세입자 '역대 최고'
보증금 떼일라…임차권등기명령, 1년 새 3배 뛰어
대책위 "1·10대책 한계…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필요"
2024-01-15 15:27:54 2024-01-15 15:31:07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고금리로 주택경기가 악화한 가운데 전·월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법원을 향한 세입자가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연립주택과 다세대 등 빌라를 대거 사들인 임대인이 숨진 이른바 '빌라왕 사건' 이후에도 보증금 분쟁이 늘어나는 등 임대차 시장을 둘러싼 우려가 여전한 모습입니다.
 
15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작년 한해 아파트, 오피스텔, 빌라 등 집합건물 임차권 설정등기 신청 건수는 총 4만5947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작년 동기(1만3358건)에 견줘 3.4배 늘어난 수준입니다. 같은 기간 전세금이 떼일 위기에 처한 세입자를 위해 법원이 내린 임차권 등기명령을 원인으로 한 임차권설정등기 신청은 4만5445건으로 277.5% 뛰었습니다.
 
인천 미추홀구의 한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 '경매 장사하는 당신도 가해자'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집값 약세전환으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하면서 후속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늘어난 결과로 풀이됩니다. 임차권 설정등기건수와 등기명령은 법원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많은 규모입니다.
 
최근 5년 간 임차권등기명령을 원인으로 한 임차권설정등기 신청은 1만197건에서 2020년 9294건, 2021년 7631건으로 하락하다 2022년 1만2038건으로 다시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전세사기 이슈의 영향으로 아파트는 물론 다세대, 다가구 시장에서도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집값이 전세보증금보다 더 떨어지는 ‘깡통 전세’나 집주인이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 공포가 지속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1만4787건으로 임차권 등기명령이 가장 많았으며 경기도(1만1995건), 인천(9857건)이 뒤를 따랐습니다. 수도권 임차권 등기명령은 3만6639건으로 전체의 80.6%를 차지합니다.
 
(표=뉴스토마토)
 
정부가 지난해 발생한 빌라왕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공인중개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등 보완책을 내놨음에도 전세 사기와 임대인 파산으로 인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임차인들은 여전한 셈입니다. 이에 정부는 지난 ‘1·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협의매수와 우선 매수권 활용을 골자로 한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 피해지원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공매 낙찰매입(낙찰가)보다 조기에 피해주택 협의매수(감정가)해 보증금 반환을 조기화하고, 우선매수권을 활용해 낙찰 받을 수 있도록 경·공매 대행과 저리금융 등을 지원한다는 방침입니다.
 
다만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임시국회 내 '선구제·후회수'를 골자로 하는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더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전세사기 피해자 결정 건수 중 LH 공공매입이 1% 수준에 그치고 있어 다가구, 불법건축물 등 매입 대상을 확대하지 않으면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협의매수와 우선매수권 활용이 어려운 피해자를 위한 공공임대 지원 역시 구체적인 공공임대주택 예산 확충 계획이 수반돼야 한다”라며 “전세사기특별법 개정과 지원 대책 마련이 더 시급하다”라고 촉구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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