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 누구나 동의하는 과세원칙입니다. 금융투자를 통한 소득에 과세하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역시 이 과세원칙에 따라 지난 2019년부터 도입을 논의했습니다. 이미 국회에서 여야는 2023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합의했지만, 시행시기를 2025년 1월로 한 차례 연기한 바 있고, 최근 다시 유예나 폐지 목소리가 나오는 등 의견이 분분한 상황입니다. 시행을 주장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은 금투세를 둘러싼 왜곡된 주장과 부풀려진 선동이 난무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토마토Pick이 왜 이런 우려가 나오는지 짚어봤습니다.
찬반 양론 팽팽한 금투세
금투세는 국내 상장주식이나 공모주식펀드를 양도, 상환, 환매, 해지 등으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연 5000만원, 해외 주식이나 사모주식펀드 등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서는 250만원을 공제하고, 공제액을 초과하는 금융투자소득에 20% 세율, 공제 후 소득이 3억원을 초과하면 25% 세율로 과세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금투세 폐지나 유예를 주장하는 이들은 금투세 시행으로 한국 주식시장이 폭락할 것이고, 금투세 시행 이전에 먼저 자본시장 선진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오히려 금투세가 자본시장 투명성을 제고하는 ‘제2의 금융실명제’이자 ‘자본시장실명제’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체크1. 자본시장 선진화가 우선?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2019년 기준)을 보면, 한국 90%, 미국 159%, 독일 54%, 일본 121%, 프랑스 85% 수준입니다. 이 가운데 한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은 ‘자본이득세’, ‘주식양도세’라는 이름으로 양도소득에 과세하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금투세 대상인 고액자산가 과세가 불가능한 정도의 시장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기업체질 개선과 금투세 무관" : 시민단체들은 지배구조 개선 등 자본시장 선진화와 금투세 시행을 엮는 것은 유예를 위한 명분일 뿐이라고 비판합니다. 이창민 경제개혁연대 부소장은 “기업 체질을 바꾸는 문제와 주식투자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문제를 연관시키는 건, 결국 지배구조 개선으로 인한 주가상승 효과가 더디면 금투세는 계속 시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금투세는 기업체질 개선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부소장은 또 “금투세 유예론 역시 부동산에 비해 변동성이 높은 주식시장에 불확실성만 높일 뿐”이라며 “설령 단기 주가부양이 이뤄지더라도 경제성장, 소득분배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체크2. 큰손 떠나고, 주가는 폭락?
금투세 시행으로 소위 큰손이 국내 증시를 떠나면서 주가가 하락하고 결국 소액 개인투자자에게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현행법상 상장주식 양도에 대한 과세는 장내거래일 때 대주주에게만, 장외거래일 때에는 모두에게 부과됩니다. 이런 양도소득의 경우 기본공제액은 연간 250만원, 세율은 국내 주식은 기업규모나 보유기간 등에 따라 10~30%, 해외 주식은 10%나 20%를 적용하는데, 2022년 기준 전체 개인투자자의 0.04% 수준인 5504명이 양도소득세를 납부했습니다.
-"주식시장 장기적 영향 없어" : 김현동 배제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에도 큰손들은 양도소득세를 납부하고 있어 이들에게 새로운 세금이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짚었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의 상장주식 소유자 현황을 봐도 지난해 기준 10억원 초과인 경우가 전체의 0.35%, 50억원 초과인 경우는 0.04% 수준이었습니다. 금투세가 시행돼도 올해 양도분부터는 대주주 기준이 50억원으로 상향되기에 과세대상은 현행 주식양도세 과세인원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김 교수는 “해외 사례들을 살펴보면 금투세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이 없다”며 “과세를 강화한다고 반드시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시장을 떠난다고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체크3. 사모펀드 감세안이다?
사모펀드 환매이익이 배당소득(최대 49.5% 과세)에서 금융투자소득(최대 27.5% 세율 적용)으로 바뀌면서 금투세가 감세안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원칙적으로, 이례적인 경우에 해당하는 사안"이라고 짚었습니다.
-"펀드 해산 때만 발생하는 예외" : 이상민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은 “연말 이익 배당 대신에 사모펀드가 해산해 이익을 분배했을 때 낮은 세율이 적용될 수는 있다”라면서도 “사모펀드 대부분은 이중과세를 피하기 위해 동일기업 과세특례대상 적용을 받고자 하고, 사모펀드 운용자(GP)의 운용보수는 연말 배당금액에 연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라서 (해산 뒤 이익분배는) 예외적인 경우”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종합소득세나 부가가치세도 법을 악용해 세금을 내지 않는 경우가 있지만, 이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오히려 금투세 시행으로 사모펀드 연말 배당금액이 세율이 높은 배당소득으로 취급되면서, 사모펀드 관련 세금이 증가한다고 보는 게 더 현실에 부합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내국인에 차별? 사실과 달라" : 일부에서는 금투세가 개미 투자자에게만 과세하고 기관투자자나 외국인에는 과세하지 않는 차별적인 세금이라는 오해까지 불거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실행위원은 “금투세는 결국 소득세 일종으로, 기관투자자나 법인은 법인세를 내고, 외국인은 조세조약에 따라 호혜적으로 세금을 낸다”며 “우리나라 개미 투자자가 미국 주식에 투자해서 거둔 소득은 한국에, 미국 시민이 우리나라 주식에 투자해서 거둔 소득은 미국에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