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 세단 잇단 퇴장 속 '그랜저' 빛났다
그랜저 3년 만에 ‘10만대 클럽' 유일 진입
하이브리드 절반 차지, 올해 전체·친환경차 1위
캠리·쏘나타 등 글로벌 세단 단종 수순
전동화, SUV에 밀려 설자리 잃어
2023-12-26 14:35:11 2023-12-26 15:04:17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현대차(005380)의 플래그십 세단 그랜저가 올해 10만대를 돌파하며 국내 승용차 시장 판매 1위를 조기 달성했습니다. 전동화 전환과 스포츠유틸리차량(SUV)에 밀려 내연기관 세단이 하나둘 무대를 떠나는 상황에서 그랜저의 존재감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26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그랜저는 올해 1~11월 10만7589대가 판매돼 전년동기대비 81.1% 증가했습니다. 2위 기아 쏘렌토(7만7795대)와의 격차는 3만대까지 벌어졌습니다.
 
현대차 디 올 뉴 그랜저.(사진=현대차)
 
2021년~지난해 2년 연속 연간 판매량 10만대를 넘는 이른바 '대박 차종' 없던 상황에서 그랜저만이 '10만대 클럽'을 유일 달성했습니다. 그랜저는 2017~2020년 4년 연속 국내 시장에서 10만대 이상 판매돼 3년 만에 10만대 클럽에 복귀했습니다.
 
특히 그랜저는 친환경차 시장에서도 판매 1위에 올랐는데요. 올해 1~11월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5만7107대로 전년동기대비 198.8% 급증했습니다. 비중은 53%에 달해 2013년 하이브리드 모델이 출시된 이후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현대차가 설정한 판매 연간 판매 목표 11만9000대를 넘어설 수 있을지도 관심사입니다. 이를 달성하려면 12월에 1만2000대 이상을 판매해야 되는데요. 업계에서는 연말 할인에 힘입어 현대차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그랜저 인기에 국내 세단 시장도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올해 1~11월 세단 판매량은 45만9967대로 전년동기대비 2.6% 늘었습니다.
 
그랜저를 제외하면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내연기관 세단은 조금씩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토요타는 12월을 끝으로 43년 전통 세단인 캠리의 일본 판매를 중단합니다. 수출만 지속할 계획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쿠페형 세단 CLS도 내년 단종됩니다.
 
토요타 캠리.(사진=토요타)
 
제네시스 G70는 최근 입지가 좁아지면서 단종설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현대차 쏘나타 역시 단종설이 끊이지 않습니다. 1985년 출시돼 8세대 모델까지 이어지면서 현재까지 국산 최장수 모델이란 기록도 갖고 있는데요. 2015년 10만대 넘게 팔렸던 쏘나타는 올해 11월까지 3만4000여대에 그쳤습니다.
 
쏘나타는 현재 후속 내연차 개발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통상 새로운 모델이 출시되면 다음 신차는 4~6년 정도의 기간을 갖는데요. 8세대 쏘나타는 2019년 출시됐습니다. 9세대 쏘나타는 2025년 전후로 나와야 하고 지금 개발에 착수했어야 하는데 계획이 없어 단종설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입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예전엔 쏘나타가 자동차 시장에 허리를 맡고 그랜저가 최고급 모델 역할을 했지만 그랜저가 쏘나타 판매량을 뛰어넘고 제네시스 등장으로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며 "8세대 쏘나타의 디자인 호불호가 갈리면서 판매량이 떨어지자 후속 모델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졌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단의 빈자리는 전기차가 채우고 있습니다. 폭스바겐은 중형 세단인 파사트를 단종 시켰으며 플래그십 세단 아테온도 내년 생산을 멈출 계획입니다. 대신 내년 전기세단 ID.7이 출시됩니다. 기아는 올 초 스팅어를 단종 시켰는데요. 고성능차 자리는 EV6 GT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업계는 동급의 세단이라면 전동화 트렌드에 부합하면서 수익성이 좋은 전기차를 남기고 내연기관차를 단종하는 게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당연한 수순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세단형 모델들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며 "전기차의 경우 테슬라처럼 과서 세단 형태에서 벗어나 하이브리드 디자인 모델이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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