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금융시장은 근래 들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변화 속도는 놀라울 정도인데요. 현재는 한국처럼 모바일 금융 서비스, 전자 결제, 디지털 뱅킹 같은 것들이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게 뭐 대수냐고 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베트남의 경제 사정을 고려하면 혁신 그 자체입니다.
베트남 금융시장이 발전하게 된 계기는 1986년 이후 개혁 정책입니다. 금융시장을 세계로 개방하고 외국 투자 유치를 촉진했는데요. 이때부터 호찌민시를 동남아 금융중심지로 성장시키겠다는 큰 그림을 그렸습니다. 실제 금융기관들의 규모는 커지고 다양해졌습니다. 동시에 시장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감독은 강화했습니다.
한국의 금융사들도 베트남에 다양하게 진출해 있는데요. 8개 은행을 비롯해 증권 및 자산운용사, 보험사, 여전사 등 모두 44개 금융사가 지점과 사무소 등의 형태로 58개 점포를 운영 중입니다. 그런데도 성과는 아직 미흡합니다. 상당수가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을 상대로 하는 영업이 대부분이어서입니다.
얘기를 들어보면 사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우선은 언어장벽입니다. 이웃나라인 싱가포르만 해도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전체 국민의 80% 이상인데 반해 베트남은 현지어 사용이 현저히 많습니다. 언어 호환성은 사업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지요.
사회주의 국가라는 한계도 있습니다. 보호주의 성격이 강해 외국기업이 이곳에서 성과를 내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 승인을 요하는 사업 하나하나 허가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심사도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닙니다. 자국의 이익이 침해받는다고 생각하는 사업은 좀처럼 허가를 내어주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금융사들은 베트남에 많은 매력을 느끼는 게 사실입니다. 15세 이상 개인 은행계좌 보급률이 70%에도 미치지 못하는 데다 열악한 신용카드 인프라는 기회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개인 이동수단 증가 대비 보험상품은 턱 없이 부족합니다. 중산층 인구 비율이 2030년 6600만명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실제 재테크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도 이들의 투자 욕구를 소화해 줄 금융사는 턱 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인구구조도 매력적입니다. 1억명에 달하는 베트남의 평균연령은 고작 32.8세에 불과합니다. 생산가능 인구는 무려 70%나 되죠. 더 개방하고 투자를 더 유치하겠다는 베트남 정부의 의지도 여러 곳에서 확인됩니다. 규제는 계속해서 정비하고 있고요. 산업 클러스터 개발에도 여느 때보다 적극적입니다. 우리처럼 PF부실이 있긴 하나 자연스레 부동산 개발은 가속화하고 있고, 금융자본을 필요로 하는 손길은 늘어나고 있지요. 외국 투자자들에게 세제 혜택은 물론 안정적인 현지 인력을 활용할 수 있게 교육을 강화하는 점도 눈에 띕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했을 때 베트남은 금융사들이 투자하기 꽤나 좋은 환경 같아 보입니다. 베트남에 있는 우리 금융감독원 직원이 "지금은 우리 금융사들이 베트남에 투자를 늘려야 할 때"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어떤 사업이던 시기가 참 중요한데요. 지금의 베트남은 무궁무진한 투자 가치를 지닌 '블루오션'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김의중 금융증권부 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