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지난 9월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공급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죠. 더구나 주택 인허가, 착공 및 분양 물량이 급감해 앞으로 수년간 공급 자체가 메마를 것으로 보이는데요.
일반적으로 주택은 착공 이후 2~3년, 인허가 이후 3~5년 후엔 실제 공급이 이뤄집니다. 현재의 추세가 계속되면 2025년 이후엔 주택공급 부족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공급 부족은 결국 시장 불안을 증폭시킵니다.
올해 1월에서 9월까지 전국 주택 착공은 12만5862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57.2%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25만5871가구로 32.7% 감소했죠.
주택 경기 우려에 분양을 미루는 사업자가 늘면서 분양 물량도 대폭 줄었습니다. 올해 9월까지 누적 공동주택 분양은 전국 10만8710가구로 작년 동기보다 42.2% 감소했는데요. 수도권이 5만9488가구로 25.9%, 지방은 4만9222가구로 54.4% 줄었습니다.
핵심 공급 창구 기능을 하는 재건축 시장도 무너지고 있습니다. 최근 노량진1구역과 여의도 공작아파트가 시공사 선정에 나섰으나 유찰됐는데요. 사실 원자잿값 상승 등의 영향으로 조합과 건설사의 공사비 분쟁이 곳곳에서 벌어지며 분양을 진행하는데 차질을 빚어왔습니다.
실제 올들어 9월까지 서울 아파트 준공 물량은 1만1118가구로 지난해 동기 2만3667가구 대비 1만2549가구(약 53%) 감소했습니다. 서울에서 줄어든 물량은 수도권 감소분의 94.8%, 전국 감소분의 64.5%를 차지합니다.
시행업체 역시 고금리로 인한 프로젝트 파이낸싱사태로 부도 위기에 몰려 공급이 불가한 처지입니다. 2020년 92조 원이었던 국내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은 가파르게 증가해 현재 133조 원에 달합니다. PF 대출은 사업성을 보고 실행이 되는데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었으니 돈이 돌지 않는 상황입니다.
수요자로서도 고금리 상황에서 대출을 받아 집이나 부동산에 투자할 엄두가 안 나겠죠. 실제 전국 아파트값은 19주 만에 상승세를 접고 보합으로 돌아섰습니다. 통상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서울 강남구 매매가격도 31주 만에 하락 전환했는데요.
시장에선 부동산 핵심지로 꼽혔던 강남권 집값 변동이 현재 부동산 시장의 심리를 보여주는 지표라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2차 집값 조정기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정부는 9.26 공급대책을 내놓으면서 "주택공급 사인을 계속 주겠다.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판단을 미리 차단하겠다"라고 밝혔지만, 부동산 지표는 엇박자 행보를 보이는 셈입니다.
정부가 아무리 대책을 내놓아도 실제 공급 주체는 민간 주택건설사 및 시행사(디벨로퍼)이고 분양, 건설, 입주 등을 고려하면 1~2년 내 초단기적으로 공급이 이뤄질 수도 없는 상황인데요. 특단의 대책이 마련 안 되면 현 정부 임기 말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불거질 공급대란과 가격 불안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강영관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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