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실거주 폐지 논의 공회전…4만4000가구 '발 동동'
서울 분양권·입주권 거래 5개월 연속 내림세
둔촌주공·강동 헤리티지 자이 등 실거주에 발목
2023-11-28 16:05:48 2023-11-28 16:47:50
 
[뉴스토마토 백아란·김성은 기자] 청약 당첨자의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이 국회 공회전을 거듭하면서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당장 내달부터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의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리지만 실거주 의무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 까닭에 전세 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내려고 계획했던 수분양자를 비롯해 전매제한이 풀리는 단지의 분양권을 매수하려던 대기수요까지 줄줄이 표류하고 있어섭니다.
 
2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분양권·입주권 전매 건수는 이달 들어 현재까지 8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6월 88건에 달했던 분양권·입주권 전매 건수는 7월(77건), 8월(57건), 9월(33건), 10월(18건)까지 5개월 연속 내림세를 그리고 있는 상입니다.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 공사 현장 모습.(사진=뉴스토마토)촌
 
여기에는 실거주 폐지안이 담긴 주택법 개정안 논의가 지지부진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현행법 상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의 입주자는 최대 5년 이내의 범위에서 해당 주택에 거주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있어 분양권 거래가 사실상 막힌 까닭입니다.
 
앞서 정부는 수도권 기준 최대 10년이던 분양권 전매제한기간을 공공택지·규제지역과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은 3년, 과밀억제권역은 1년, 그 외 지역은 6개월로 완화하고 실거주 의무 조항을 폐지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1.3대책’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실거주 의무 폐지 내용이 담긴 주택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계류 중인 상태입니다.
 
지난 22일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여야 입장차로 주택법 개정안 통과가 좌초됐기 때문입니다. 국토위는 오는 29일과 다음 달 6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주요 현안 법안을 논의할 예정지만 법안 통과 여부는 미지수입니다. 연내 남은 소위 일정이 두 차례뿐인 데다 소위 심사 후에는 국토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의결을 거쳐 본회의 상정·의결 과정을 거쳐야 연내 법안이 통과될 수 있어섭니다.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전매를 하더라도 실거주를 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입니다. 전세를 주고 모자란 잔금을 충당하려고 했던 수분양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실거주의무 폐지를 기대하고 전세를 주고, 그 전세금으로 잔금 치를 계획으로 청약을 한 경우 실거주의무 폐지 불발 시 임대로 돌릴 수가 없어, 계약 해지 수순으로 갈 수 있어섭니다.
 
국토위 소위 일정 2차례 남아…법안 표류에 시장 혼란 가중 
 
실제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거주 이전의 자유와 전세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현재 국토교통부의 추산에 따르면 전국에는 66개 단지, 총 4만3786여 가구의 아파트에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주택법 개정안이 막히자 내년 상반기 입주를 앞둔 서울 강동구 ‘e편한세상 강일 어반브릿지’와 ‘강동 헤리티지 자이’, 은평구 ‘센트레빌아스테리움시그니처’의 경우 실거주의무로 인해 전세 매물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는 2025년 1월 입주인 올림픽파크포레온의 경우 전매제한 기간이 1년으로 완화돼 다음달 15일부터 전매제한이 가능하지만 실거주 의무는 여전한 실정입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실거주 의무가 거주이전을 제약하고 수요가 많은 신축임대 공급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전매제한 기간 만료가 다가올수록 분양권 매수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면서도 “실거주 의무로 사실상 분양권 매도가 불가능하다 보니 나온 매물도 없고 시세도 뚜렷하지 않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실거주 의무 폐지가 계속 늦춰지다 못해 안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퍼지면서 어느 부동산에서 분양권 이면계약을 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실거주의무를 위반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라며 “내달부터 전매가 허용되는 올림픽파크포레온 분양권 거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김 소장은 “시장에 명확한 시그널을 주지 않으면 오히려 혼란을 키울 수밖에 없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에 대해 국회 한 관계자는 "주택법 개정안은 다소 예민한 사안으로 여야 간 의견을 좁히기 쉽지 않다"며 "법안소위에서 논의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백아란·김성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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