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가계 통신비가 분기별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통신서비스 항목은 5분기 연속 보합세를 기록했습니다. 통신비를 잡기 위한 정부의 압박이 지속되면서 상승압력이 잦아들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 영향과 이용자 트래픽이 증가하고 있는 점을 반영하면 사실상 통신비 부담이 완화됐다는 분석도 내놓습니다.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통신비 지출은 13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3분기 대비 1.1% 감소했습니다. 다만 분기별로 보면 1분기와는 동일했고, 2분기 대비로는 증가했습니다. 1분기와 2분기 월평균 통신비는 각각 13만원, 12만2000원입니다.
3분기 월평균 통신비 가운데 76.6%는 통신서비스 비용에 해당합니다. 가구당 평균 10만원을 지출했습니다. 통신서비스 지출에는 일반전화요금·이동전화요금·인터넷 이용료, 통신장비 수리비 등 기타 비용이 포함됩니다. 23.3%는 통신 단말에 대한 비용입니다. 통신서비스 비용은 지난해 1분기 9만8000원, 2분기 9만9000원, 3분기 10만원으로 지속 상승했지만, 5분기 연속 10만원을 유지 중입니다. 3분기 통신장비는 가구당 평균 3만원을 소비했습니다.
서울시내 한 휴대폰 대리점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통신비 잡기에 적극 나서면서 단말 비용을 제외한 통신서비스에 대해서는 가격 인상이 완화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7월 통신시장경쟁활성화 정책을 내놨고, 이달 8일에는 통신비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정부의 압박에 통신사들은 상반기 일반 5G 요금제보다 저렴한 청년·시니어 특화요금제를 출시했습니다. 청년들을 위해 일반 요금 대비 데이터 제공량을 늘리거나 데이터 이용이 적은 시니어 특성을 반영해 데이터 제공량을 낮춘 저가 요금제입니다. 지난해 하반기 5G 중간요금제를 처음 내놓은 이후 50GB를 중심으로 세분화한 요금제도 내놨습니다. 소비자의 이용량에 맞게 요금제 선택의 폭을 확대해 통신비 인하를 노린 전략입니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물가 수준에서 통신서비스 비용이 동결된 것은 부담이 완화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트래픽이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사용량 대비 내는 비용은 적어진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3분기 소비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했습니다. 과기정통부 무선데이터 트래픽 통계에 따르면 9월 3G·LTE·5G 등을 이용한 가입자당 평균 트래픽은 16.1GB로 지난해 9월 12.8GB 대비 늘어났습니다. 가입자당 이용하는 트래픽은 증가하고 있지만, 가구당 평균 통신서비스 지출은 동일한 상황입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사용경향에 따라 요금제 개편으로 이용자가 받을 수 있는 혜택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현 구조에서 통신사들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서서히 낮아질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ARPU의 감소만큼 통신비가 인하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체감 통신비가 통신장비 비용에 사실상 연동되고 있는 만큼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서는 단말기 가격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지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제조사와 협의한 결과 연내에 2종을 비롯, 내년 상반기에 3~4종의 중저가 단말기를 출시하기로 했습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단말기 가격과 통신서비스 요금체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국민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자"고 통신3사를 향해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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