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사만 배불린 꼴"…생숙 소유주 얘기 들어보니
"미흡한 제도에 왜 우리만 '피눈물' 흘리나"
생숙은 좁은 땅 비싼 값에 팔아먹기 위한 수단
거주 제한·숙박업도 걸림도 많아…"제도 보완 시급"
2023-09-18 06:00:00 2023-09-18 06:00:00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불법 생활숙박시설(생숙)에 대한 강제 이행금 부과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생숙 소유주들이 정부에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직접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주거용으로 쓰는 사람도, 숙박업으로 쓰는 사람들도 "생숙은 태생부터 잘못됐다"고 입을 모읍니다. 결국 시행사가 팔아먹기 좋은 상품에 지나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는 실정입니다.
 
전국레지던스연합회는 오는 19일 세종시 국토교통부 청사 앞에서 정책 개선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 계획입니다. 지난 5일에 이은 2차 집회로, 전국 생숙 소유자들에게 참여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내달 15일부터 생숙 소유주의 실거주는 제한되며, 숙박업 등록을 하지 않을 시 불법 건축물로 간주해 공시가격의 10%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이 부과됩니다.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생활숙박시설 문제 관련 세미나에서 한 생숙 소유주가 '우리집에 살고 싶다'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김성은 기자)
 
당초 생숙은 아파트형 구조에 호텔 서비스를 갖춘 '레지던스' 개념으로 도입됐으나 주거용으로도 활용되며 수요자들에게 숙박시설과 주택 사이 애매한 개념을 유지해왔습니다.
 
아파트 규제 강화로 생숙 투자 열풍이 거세졌고 지난 2021년 정부는 생숙은 주택이 아니라는 사실에 못을 박았습니다. 생숙 분양 시 주거용 사용이 불가하다는 확인서를 첨부하도록 하고, 수분양자들은 숙박업 신고를 하도록 했죠. 동시에 생숙을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할 수 있는 문을 열어줬습니다.
 
주거도 숙박업 못하는 생숙
 
그러나 오피스텔 변경은 애초에 가능한 사안이 아니였다는 게 생숙 소유주들의 주장입니다.
 
'여수 웅천 골드클래스 더마리나' 전용면적 105㎡를 분양받았다는 A씨는 "아파트와 구조가 비슷하니 거주할 생각으로 분양받았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면서 "오피스텔 변경은 수분양자들의 동의를 모두 받아야 하고, 새로 짓지 않고서 주차장 확보 등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워 처음부터 불가능했다"며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했습니다.
 
숙박업을 하기에도 건물이 적절치 않은 상황입니다. "숙박시설에는 프런트, 로비, 침구류를 보관하는 린넨실 등이 필수"라며 "말만 숙박시설이지 시행사가 지을 때 이를 고려하지 않아 사비를 털어 공용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부연했습니다.
 
강원도 속초 해변에 즐비한 생활숙박시설. (사진=김성은 기자)
 
생숙을 본 용도에 맞는 숙박시설로 사용하고 있지만 미흡한 제도에 고통을 호소하는 소유주도 있습니다. 속초에 생숙을 보유한 B씨는 "숙박업을 하고 싶어도 위탁운영사의 횡포 때문에 답답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생숙으로 숙박업을 하려면 위탁운영사를 중간에 껴야 합니다. 각 호실마다 주인은 따로 있고, 위탁운영사가 객실 운영과 판매를 도맡아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입니다.
 
B씨는 "위탁운영사가 남는 돈이 없다고 하면 수익금을 받지 못한다"며 "지출 내역을 보여줘도 검증 방법이 없으니 작정하고 소유주들을 속여도 대응할 수가 없어 개선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알음알음 개인 숙박업을 하거나 장기 임대를 놓는 사람이 많다는 게 B씨의 설명입니다. 생숙 소유주와 위탁운영사와의 분쟁이 많아 소송을 진행하는 단지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부 수분양자들에 따르면 분양 당시 상담사들은 단지에 따라 투자 대비 4~5%, 높게는 7~8%의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홍보해왔는데요. 이는 추정치에 불과합니다.
 
경기도 시흥 거북섬 일대에 생숙을 소유한 C씨는 "분양 상담사들이 말한 수익률은 희망치에 불과하다"며 "초기에 소파, 테이블 등 객실 셋팅비로 200~300만원을 냈고, 매월 들어오는 수익으로 이자 내기도 벅차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성수기인 여름이 지나면 손님이 확 줄어들 텐데 지금 받는 수익금에서 더 깎인다고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도저도 안되는 생숙을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B씨는 "생숙은 좁은 땅을 비싸게 팔아먹을 수 있는 시행사만 배불리는 사업 수단일 뿐"이라며 "도입부터 잘못된 생숙을 아무도 손보지 않고, 왜 소유주들만 속앓이를 해야하는지 도통 모르겠다"며 가슴을 쳤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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