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법인세 중간예납 1위 현대차가 기부금도 대폭 늘려 세수 걱정에 빠진 정부를 구하고 있습니다. 상반기 기부금 선두는 여전히 삼성전자였지만 전년에 비해 거의 반토막이 나 현대차와 비슷해졌습니다.
14일 재계 및 각사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이 자동차 수출이나 설비투자, 사회환원 등 경제적 기여를 톡톡히 확대해 국가 효자기업으로 부상했습니다. 최근 인도네시아에선 정의선 회장이 구광모 LG그룹 회장, 구자윤 LS그룹 회장 등 평소 관계가 돈독한 총수들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외교를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정의선 회장이 대통령 해외순방에 빠짐없이 동행하고 있다”며 “전 정부의 재계 1등 파트너가 SK였다면 현 정부는 단연 현대차”라고 평가했습니다.
앞서 만년 법인세 1위 삼성전자를 제치고 작년과 올 중간예납 1위를 차지했던 현대차는 기부금도 적지 않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반기 세전이익 1위 현대차는 해당 기간 총 1024억7100만원을 기부했습니다. 전년 동기 240억2200만원보다 784억4900만원(326.6%)을 더 기부한 것입니다. 기부금이 늘어난 만큼 세전이익은 감소해 법인세 납부액은 줄어들 수도 있으나 현대차는 법인세비용도 상반기 103.7% 늘어났습니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그룹 계열사 다수가 기부금을 늘린 게 눈에 띕니다. 기아는 같은 기간 101억여원서 636억여원까지 525.3% 늘렸습니다. 현대모비스도 79억여원서 99억여원으로 25.7% 늘어났습니다.
그간 재계에서 기부금을 가장 많이 냈던 곳은 삼성전자였습니다. 삼성전자가 낸 기부금을 보고 후순위 기업들이 매출에 따라 기부금을 정했던 사례도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 반도체 적자 등 경영난을 겪으며 법인세도 줄어든 삼성전자는 기부금 역시 한파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삼성전자의 상반기 기부금은 1027억9300만원으로 현대차와 거의 같아졌습니다. 전년 1754억2600만원에 비해선 41.4% 감소한 금액입니다. 세전이익 상위권에 속한 삼성물산 역시 22억700만원에서 12억9800만원으로 41.2% 줄어 그룹 기여도가 약해졌습니다.
삼성과 마찬가지로 반도체 적자 어려움을 겪는 SK하이닉스 역시 기부금이 405억3000만원에서 348억9900만원으로 줄었습니다. 다만 SK그룹 내 세전이익 1위 SK텔레콤은 101억6100만원에서 106억6600만원으로 5억원 정도 늘렸습니다.
한편, 재계 각 그룹들은 지난 8월 잼버리 사태 당시 각종 지원을 확대하면서 기부금도 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연간 기부실적은 영업실적과 달리 우상향을 띨지 주목됩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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