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사내 성폭력 '대법원 상고'
하급심서 잇따라 패소했지만 불복하고 상고
전 직장 상사의 강간미수 사건, 법원 사용자 책임 인정
2023-09-04 10:10:56 2023-09-04 14:34:40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대한항공이 사내 성폭력 사건 피해자에 대한 민사소송을 대법원까지 끌고 갑니다. 1심과 2심 하급심에서 모두 패소했지만 판결을 뒤로 하고 상고했습니다.
 
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두관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사내 직원인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민사소송을 해온 피고 대한항공 측이 하급심에서 패소한 뒤 지난 1일 대법원에 상소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상고인은 원심소송대리를 진행한 법무법인 광장이 그대로 맡았습니다. 대한항공은 1심에서 법무법인 한결과 소송을 진행해 패소하자 광장으로 바꾸고 항소했었습니다. 하지만 2심에선 1심에서 원고(피해자)가 부분 패소했던 것까지 취소돼 되레 배상금은 더 늘었습니다. 대한항공은 이에 불복하고 대법원에 상고한 것입니다.
항소심 판결문 일부. 자료=김두관 민주당 의원실
민사소송은 원고에 대한 직장 내 강간미수 행위 성폭력 사건 내용입니다. 사건 징계로 퇴사한 전 직원은 사건 당시 원고의 직장 상사로서 휴가기간 중 보안사고 관련 업무 논의를 하자며 피해자를 사저로 불러 성폭력을 가했습니다. 이에 대한 사용자 측 배상책임을 두고 민사소송 피고인 대한항공 측은 재판 과정에서 “민법 제756조에 규정된 사용자 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사용자 사업과 시간적, 장소적 근접성, 사무 수행 과정, 가해행위의 동기가 업무처리와 관련된 여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2심 재판부는 “고의에 기해 다른 사람에게 가해행위를 한 경우 그 행위가 사무집행 그 자체는 아니라 하더라도 사용자 사업과 시간적, 장소적으로 근접하고 사무 수행 과정에서 이루어지거나 가해행위 동기가 업무처리와 관련된 것일 경우 외형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행위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아 사용자책임이 성립한다고 할 것이고, 이 경우 사용자가 위험발생 및 방지조치를 결여했는지 여부도 손해의 공평한 부담을 위해 부가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들었습니다. 사건의 구체적 판단에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건 당일 사내 보안사고 처리 과정에서 사측에 제출할 사고 경위서를 송부받아 검토한 후 수정을 지시하고 보안사고에 대해 더 들어보자는 명목으로 사저에 부른 점 등이 고려됐습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원고를 사저로 불러서 한 강간미수 행위는 비록 그것이 휴가기간 중 근무지와 먼 곳에서 일어난 것이기는 하나, 사내에서의 지위, 휴가기간 중에도 이 사건 보안사고와 같은 중요한 업무는 계속 관장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사고와 관련된 브리핑을 하라는 상사로서의 부름에 따라 사저를 찾아간 상황에서 이루어진 강간미수행위는 피고(대한항공)의 피용자 사무집행과 관련해 이루어진 불법행위이므로 배상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현재 대한항공에 재직 중인 피해자는 앞서 1심에 이은 2심에서 피고가 항소이유서 제출을 수개월째 미루는 등 사측과 재판이 길어지는 데 따른 심적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피해자는 재판 과정에서 직장 내 따돌림과 잦은 보직 이동 등 불이익도 주장하며 사측 상고에 대해 “너무 막막하고 두렵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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