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정부가 배기량 기준으로 부과되는 자동차세의 개편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를 두고 자동차 소유자 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특히 배기량이 없는 전기차의 경우 자동차세가 오를 수 있어 전기차 보급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30일 대통령실과 업계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지난 1일부터 21일까지 '자동차세 등 배기량 중심의 자동차 재산기준 개선'을 주제로 국민참여토론을 진행했습니다. 토론에 참여한 국민 1693명 중 1454명이 자동차세 개편에 추천(찬성) 의견을 밝혔습니다. 비추천(반대)은 239명에 그쳤습니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충전소 '이피트'.(사진=현대차)
현행 자동차세(승용차)의 경우 배기량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되 차량 용도에 따라 부과 기준(영업용 cc당 18~24원, 비영업용 80~200원)을 달리하고 차령이 많을수록 감액하고 있습니다. 반면 배기량이 없는 수소차와 전기차는 '그 밖의 승용자동차'로 분류해 정액 10만원을 부과합니다.
가격, 연비 등은 자동차세와 무관합니다. 단순히 배기량이 적으면 세금을 적게 내고 배기량이 높으면 세금을 더 내는 구조여서 자동차세 납세자들이 조세형평의 불만을 갖는 이유인데요.
실제 1957만원의
현대차(005380) 아반떼 1.6가솔린 모델 자동차세는 약 22만원으로 지방교육세(30%)를 더하면 29만원 수준입니다. 반면 1억4000만원이 넘는 테슬라 모델X의 자동차세는 13만원(10만원+3만원)에 불과합니다.
자동차세를 배기량만을 기준으로 삼은 건 환경문제 때문인데요. 배기량이 클수록 탄소배출이 늘고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논리죠. 하지만 반대로 차량의 연령에 따른 감가상각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차량이 출시된 지 3년부터 11년까지 매년 5%씩 감면해 11년이 넘은 차량은 자동차세의 50%만 냅니다.
차령에 따른 자산가치의 하락을 반영하는 것인데 환경문제 때문에 배기량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것과 앞뒤가 맞지 않는 기준입니다.
더욱이 전기차 보급이 확산되면서 배기량 기준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더욱 커졌는데요. 전기차 차주들은 "전기차 사라고 혜택을 줘놓고 결국 자동차세 올린다"며 과세부담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게다가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환경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아 환경세 측면의 성격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 5 생산라인.(사진=현대차그룹)
업계에선 자동차세 개편으로 자동차세가 오를 경우 전기차 보급 확산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올해 들어 고성장세를 보이던 전기차 판매는 주춤하고 있는데요.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전기차 판매량 증가은 13.7%에 그쳤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75.6%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성장세가 꺾였습니다. 전기차 비중도 8.4%로 0.2%p 줄었습니다.
전기료 인상에 따라 충전 비용이 증가하고 전기차 보조금도 매년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자동차세마저 오르면 전기차 매력도가 크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친환경차인 전기차와 수소차의 자동차세를 감면하더라도 차량가액에 따른 차등적인 부과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가격을 기반으로 전기차의 경우 중량, 전비 등을 고려해 책정해야 한다"며 "자동차세와 얽힌 법이 많아 그동안의 정부가 건드리지 못했는데 앞으로 사치세적인 부분을 줄이고 포괄적, 그리고 융합적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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