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개인이 직접 관리하는 개인형 퇴직연금(IRP) 수익률보다 펀드매니저들이 운용하는 연금저축·퇴직연금 펀드 수익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금 계좌로 상장지수펀드(ETF) 투자가 가능해지면서 잦은 매매와 공격적인 투자를 한 결과가 기대와는 달랐기 때문입니다. 은퇴전문가들은 은퇴자금 전용인 연금계좌로 매매에 치중하기보다는 펀드매니저에게 맡기라고 조언합니다.
10일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전체 연금펀드 중 미래에셋연금러시아업종대표증권자투자신탁1 펀드의 1년 수익률이 52.08%로 가장 높습니다.(8월7일 기준가) 국내 주식형펀드 중에서는 현대강소기업1 펀드가 33.80%의 수익률로 가장 앞서 있습니다. 1위 러시아펀드와는 차이가 있지만 발군의 성과인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이 펀드는 운수장비와 엔터테인먼트, 전기전자, 반도체, 기계 등의 업종에 주로 투자합니다. 주요 투자종목은
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보유비중 8.33%),
에스엘(005850)(6.03%),
동진쎄미켐(005290)(4.90%),
효성중공업(298040)(4.74%),
더블유씨피(393890)(4.25%) 등입니다.
이외에도 KB스타코스닥150인덱스펀드(25.85%), NH아문디 필승코리아펀드(25.22%) 등이 연금저축펀드 수익률 상위에 올라 있습니다.
퇴직연금펀드 성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운용사들이 하나의 모펀드 아래 멀티클래스로 연금 및 퇴직연금 전용펀드를 함께 내놓기 때문에 수익률은 비슷합니다.
물론 모든 연금펀드들의 수익률이 이렇게 높은 것은 아닙니다. 국내주식형 연금펀드 중 신영밸류우선주펀드의 경우 현재 1년 수익률이 -5.64%로 저조합니다. 이외에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인 펀드가 12개 더 있습니다.
그렇다고 전체 연금펀드의 운용성과가 뒤쳐지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주식형 그중에서도 액티브펀드만 추릴 경우 1년 수익률은 7.11%입니다. 연금펀드, 퇴직연금펀드의 수익률도 이에 준합니다. 한자릿수 수익률이 아쉬워 보이겠지만 개인들이 직접 운용하는 IRP계좌의 평균 수익률은 이보다 뒤진다는 것이 관전 포인트입니다.
분기 단위로 개인 IRP 수익률을 공시하는 금융감독원 기준에 맞춰 6월말 기준 연금펀드 성과와 비교해보겠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최근 1년간 증권사들의 개인 IRP 수익률은 평균 6.41%로 집계됐습니다. 유안타증권이 가장 높은 8.32%를 기록했고 삼성증권(8.12%), 신한투자증권(7.47%), 한화투자증권(7.44%)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하나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은 수익률이 각각 3.99%, 3.87%로 저조했습니다.
같은 기간(7월3일 기준가) 연금펀드와 퇴직연금펀드의 모펀드들이 포함된 국내주식형 펀드의 1년 수익률은 평균 18.05%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IRP에 비해 수익률이 월등한 상황입니다.
그중에서도 앞서 언급한 현대강소기업1 펀드는 당시 1년 수익률이 47.23%였습니다. 연초 후에도 23% 올랐고 3년 성과는 145%가 넘을 정도였습니다. 이외에도 20%대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가 17개, 10%대 펀드는 92개였습니다. 퇴직연금 펀드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상반기 기준 꼴찌는 NH-Amundi 스마트베타펀드(-7.86%)였습니다.
개인 IRP계좌 가입자들 중에는 ETF나 리츠(REITs) 등을 직접 매매하면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연금계좌로 ETF 매매가 성행하면서 패시브펀드 자금 쏠림이 강화되기도 했습니다. 이중에는 발군의 성과를 기록 중인 투자자도 있겠지만 평균 수익률은 공시에 드러난 것처럼 투자자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한 부작용도 우려됩니다. 너무 잦은 매매로 노후 자금 마련이라는 본래의 목적이 퇴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산운용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개인들이 IRP 계좌로 노후대비에 치중보다는 고수익을 노리면서 단기매매에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공격적으로 투자하면 잠깐 수익률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손실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수 있어 장기적인 운용 수익률이 나빠질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는 "최근 나온 수익률만 비교해봐도 알 수 있겠지만 직접 ETF를 매매하기보다는 안정적으로 운용되는 펀드에 맡기는 것이 낫다"고 덧붙였습니다.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는 "ETF가 실시간 거래와 환매도 빨리할 수 있고, 비용도 저렴해 장점도 많지만, 단기적으로 투자할 경우에는 수익보다 손실 볼 가능성이 높다"면서 "운용자금의 60% 이상은 펀드를, 나머지는 ETF를 활용해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