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KB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으로 요약되는 5대 시중은행 체제에서 심상치 않은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만년 3위' 꼬리표를 달고 있던 하나은행이 리딩뱅크(당기순이익 1위) 자리를 노리는가 하면 이자이익 증가세가 꺾이자 은행 실적이 모회사인 금융지주사 순위를 좌우하던 기존 공식이 흔들리는 모습입니다.
'만년 3위' 하나은행, 리딩뱅크 자리 위협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시중은행을 상징하는 것은 '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이었는데요. 외환 위기를 계기로 은행 통폐합을 거친 뒤 금융지주사 체제가 출범하면서 시중은행 구도는 총 자산이나 당기순이익,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KB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으로 굳어졌습니다.
과거 리딩뱅크 경쟁은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대결이었습니다. 두 은행은 총 자산이나 순이익 규모로 은행권 1위 자리를 다투는데요. 지난해 말 기준 총 자산을 보면 KB국민은행 517조원, 신한은행 491조원, 하나은행 485조원, 우리은행 443조원, 농협은행387조원 순입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투톱' 구도는 순이익 순위로 그대로 이어졌는데요. 지난해부터 이 같은 은행권 구도에 변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만년 3위' 꼬리표를 달고 있는 하나은행이 무서운 성장세로 실적 1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올 상반기 하나은행의 당기순익은 1조839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4% 급증했는데요. 신한은행(1조6805억원)을 제치고 시중은행 순익 2위 자리에 올랐습니다. 하나은행의 순익은 신한은행을 넘어 1위인 KB국민은행(1조8585억원)까지 바짝 뒤쫒고 있습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에도 3조1000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은행권 1위를 차지한 바 있습니다.
물론 자산 규모 차이를 감안하면 하나은행이 1위 경쟁을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다만 그간 리딩뱅크로 꼽혔던 신한은행을 크게 앞질렀다는 점에서 앞으로 1위 경쟁은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싸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나은행의 선전을 일회성 이익에 기댄 우연이라고만 보기 어렵습니다. 올 들어 은행권은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 핵심이익지표인 순이자마진(NIM) 하락, 대손충당금 급증이라는 악재를 동시에 감당하고 있는데요. 이자이익이 줄어든 부분을 기업대출과 비이자이익으로 만회한 결과로 보입니다.
실제로 지난 6월 말 기준 하나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155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10조8000억원(10.8%) 급증했습니다. 증가율로 보면 하나은행이 올 들어 다른 은행보다 기업대출 잔액을 최대 3배 이상 늘렸습니다. 비이자이익에서도 올 상반기 하나은행은 신한은행(4200억원)보다 약 1500억원 더 거둬들였습니다.
비은행 약한 우리금융, 5위로 밀려
금융지주의 경쟁 구도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5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실적을 보면 KB금융지주(2조9967억원), 신한금융지주(2조6262억원),
하나금융지주(086790)(2조209억원), 농협금융지주(1조7058억원),
우리금융지주(316140)(1조5390억원) 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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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순이익이 두 자릿수(12.6%) 비율로 줄어들었는데요. 1위인
KB금융(105560)의 절반 수준에 그쳤습니다. NH농협금융지주보다 순위가 뒤 쳐진 것은 우리금융으로서는 뼈 아픈 결과입니다.
우리금융 실적 부진의 배경으로 비은행 계열사가 빈약하다는 구조적인 문제가 꼽히는데요. 금융지주별로 보면 우리금융의 은행 당기순이익 비중(96%)이 가장 높습니다.
대체로 은행 의존도가 높을수록 지주 순이익이 낮은 경향을 보였는데요. 은행 의존도가 높은 우리금융의 경우 실적을 책임질 은행 성적이 부진한 데다 이를 보완할 증권·보험 등 비은행 자회사가 부재한 탓에 타격이 컸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NH농협금융이 우리금융을 앞지를 수 있었던 배경을 살펴봐도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 성장이 있습니다. 농협금융은 5대 금융지주 중에서 가장 큰 폭(26.3%) 으로 실적이 올랐는데요. 개선된 성적표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급증한 비이자이익입니다.
결국 하반기 리딩금융 경쟁의 관건은 비은행 부문 강화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지주의 은행 이익 의존도가 90%가 넘는 우리금융과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보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하나금융은 현재 KDB생명 인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KDB생명을 그룹사로 편입한다면 푸르덴셜생명, KB생명보험의 합병 시너지를 얻었던 KB금융과 어깨를 견줄수도 있습니다. 현재 증권·보험 계열사가 모두 없는 우리금융의 경우에도 증권사 인수합병(M&A)의 최우선으로 두면서 우량 보험사 매물도 살펴보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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