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진의 회장님 돋보기)'이재용 꿈의 배터리' 열쇠 쥔 최윤호 삼성 SDI사장
미전실 출신 재무통 최윤호…취임 1년 만에 영업이익 2배 점프 달성
소통 좋아해 '오픈 토크' 진행, 소맥 제조법 등 다양한 주제…"소통은 변화의 출발"
언론과의 소통에도 적극적…LFP 진출 의지 즉석에서 밝히기도
2023-07-24 06:00:00 2023-07-24 06:00:00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삼성 미래전략실 출신인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이재용 회장의 복심으로 불립니다. 최 사장은 1987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가전사업부와 국제회계그룹, 구주총괄 등을 거쳐 온 재무 전문가로 꼽히는데요. 폭넓은 사업 경험과 위험 관리 능력, 재무적 역량을 갖춰온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미래전략실 전략1팀 담당 임원으로 일했던 최 사장은 2020년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CFO)사장으로 활동했습니다. 이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현장 보좌하면서 능력을 발휘해 두터운 신임을 받았는데요. 2021년 12월 최 사장이 삼성SDI 사장으로 발탁됐을 당시 재계에선 "삼성의 배터리사업의 위상이 크게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을 정도입니다.
 
이 회장 역시 '믿을맨'인 최 회장에게 배터리 사업을 맡기며 해당 사업의 육성 의지를 드러냈는데요. 베트남·말레이시아 삼성SDI 법인 방문, 올리버 집세 BMW 회장 미팅 등을 통해 최 사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행보를 펼쳤습니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사진=삼성 SDI제공)
 
최 사장은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 취임 2년 만에 실적 순항을 이끌어 냈습니다. 삼성SDI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 매출 20조원 시대를 열었는데요. 2021년만 해도 13조원대에 그쳤던 매출액이 최 사장 취임 후 1년 만에 50% 가까이 성장했습니다. 영업이익도 1조9000억원대로 2021년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긴 회사가 1년 만에 2배 가까운 실적 점프를 달성했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오는 27일 예고된 2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459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호실적을 낼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수익성과 질적 성장 모두를 잡았다"는 호평이 나왔습니다.
 
공급망 이슈와 원자재 값 상승,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수요 위축 우려 속에서도 삼성SDI가 최대 실적을 내고 있는 건 '내실 경영'에 집중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간 삼성SDI가 시설 투자에 소극적이란 평가를 받아왔으나, 생산력 확장보다 수익성 개선에 집중한 전략이 주효했다"고 했습니다. 이어 "현재 배터리 시장은 품질 안전성과 리스크 대응력, 신속한 결단력 등이 중요하다"며 "재무 및 경영관리에 전문성이 탁월한 최 사장의 역량이 발휘된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특히 최 사장은 직원들과 '오픈 토크'를 상시 운영하며 '소통'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임직원들과의 점심 간담회, 분기마다 오픈토크를 통해 임직원들과 소통을 이어가는 건데요. 최 사장이 SDI 수장이 된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바로 '직원들과의 소통'이었습니다.
 
또다른 관계자는 "최 사장이 소통을 좋아한다. 다만 형식적인 소통은 지양하고 있다"며 "분기별로 오픈 토크를 진행하는데 성과급 문제 등 민감한 질문부터 회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최선을 다해 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오픈 토크에서 나오는 주제도 다양한데요. 사내 외국어 교육 확대나 비품 교체, 최 회장만의 소맥 제조법 등 격의 없는 대화를 주고받는다고 합니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최 사장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소통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신념으로 직원들과의 소통에 주력하고 있는데요. "소통은 변화의 출발이자 가치 창출의 시작점이며, 경청이 소통의 출발점"이라고 매번 강조하고 있습니다.
 
최 사장은 언론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는 여타 CEO(최고경영자)들이 언론을 상대로 말을 아끼는 것과 다른 면모인데요. 일례로 지난 3월 주총에서 최 사장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도 중요한 플랫폼 중 하나다.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한 발언은 회사 내부에서도 잘 모르던 사실이었다고 합니다. 최 사장이 기자들과 만나 삼성SDI의 미래 먹거리 구상과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대한 구상을 즉석에서 내놓은 겁니다. 
 
LFP 배터리는 CATL 등 중국 배터리 업체가 주력하는 시장입니다. 삼성SDI는 그간 저가형 배터리 모델로 코발트 프리 배터리를 개발해왔는데요. 이번에 CEO의 입을 통해 저가형 배터리인 LFP 시장 진출을 결정했다는 소식은 업계의 관심을 받기 충분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LFP 진출 사업 구상에 대해선 윗선과 충분한 교감 후에 나온 발언으로 안다. 즉흥적인 것은 아니다"면서 "오너가 있는 기업의 CEO가 기자들 앞에서 회사의 미래 먹거리에 대해 언급했다는 건 그만큼 자신이 맡은 업무에 자신감이 있다는 방증 아니겠느냐"고 강조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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