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유진·주혜린·조용훈 기자] # 과천에 거주하는 27세 A씨는 3개월만에 직장을 그만 뒀습니다. 사무직 채용공고에 지원하는 등 최종 합격해 입사했지만 본인 희망과 달리 열악한 근무조건 탓에 결국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 의류업계에 종사하는 29세 B씨는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유동적인 근무체계 탓에 일과 휴식의 경계가 모호했고 내년도 임금 인상 가능성도 낮아 오래 다닐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취업난'에도 첫 직장을 퇴사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습니다. 또 첫 일자리에서 근무하는 기간도 짧아졌습니다. 신입사원 중 절반 가까운 인력이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조건 등을 견디지 못하고 퇴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2023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취업자의 45.9%는 근무환경에 만족하지 못해 일터를 떠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 취업자 45.9%는 근무환경에 만족을 하지 못하고 퇴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픽은 '첫 일자리를 그만 둔 사유'.(그래픽=뉴스토마토)
첫 직장의 평균 근속기간은 1년 6.6개월로 전년보다 0.2개월 짧아졌습니다. 첫 일자리를 그만둔 임금근로자는 66.8%로 전년 동월보다 1.2%포인트 늘었습니다. 반면 첫 직장을 유지하는 경우는 33.2%로 1.2%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청년들이 첫 일자리를 그만 둔 사유로는 '보수, 근로시간 등 근로여건 불만족'이 45.9%로 가장 높았습니다. '임시적·계절적인 일의 완료·계약기간 끝남'은 14.7%, '건강, 육아, 결혼 등 개인·가족적인 이유'는 14.6%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취업문을 통과하더라도 직장의 근무환경에 만족하지 못하고 일터를 떠나는 셈입니다.
일자리 형태별로 보면 계속근무가 가능한 일자리 취업자는 54.0%, 계약직은 34.7%로 나타났습니다. 계약기간을 정하지 않은 일시적 일자리에 취업한 청년은 9.2%로 조사됐습니다.
자영업자는 1.7%, 무급가족종사자는 0.4%였습니다.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 35.7%가 150만원~200만원의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픽은 첫 일자리 임금 분포도.(그래픽=뉴스토마토)
청년들이 받는 임금을 보면 150만원~200만원 미만이 35.7%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이어 200만원~300만원 미만이 31.3%, 100만원~150만원 미만은 15.7%로 집계됐습니다. 300만원 이상의 임금을 받는 청년들은 4.3%에 불과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첫 직장 이탈 증가'가 예견된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업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근속 기간이 줄어드는 것은 과거에 비해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희미해지고 내가 원하는 일자리를 찾아 옮겨다니겠다는 젊은 층의 욕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젊은 층이 기존 기업이나 공공기관 일자리에 대해 매력을 덜 느끼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라며 "일을 하면서 보람이나 성장한다는 느낌들을 잘 못 받고 기대와 직장 제공해주는 것과 괴리가 있는 듯하다"고 부연했습니다.
이어 "결국 근무여건, 급여라던가 공정한 임금, 공정한 성과급, 이런 걸 포함해서 워라밸도 잘 제공하는 직장으로 변모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오래 머물고 배우려는 의지가 생길 것"이라고 제언했습니다.
강신혁 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코로나19 이후에 고용이 많이 회복 됐다가 올해 1월부터 청년층 고용이 고용이 떨어지고 비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나는 추세가 관측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청년들의 근속 기간도 짧고 근무형태에 대한 불만으로 빨리 퇴사하는 숫자도 늘어나고 있다"며 "과거와 비교해 청년들의 선호가 달라진 것이 있는지 장기 연구과제로 삼아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 취업자 45.9%는 근무환경에 만족을 하지 못하고 퇴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진은 한산한 취업 상담소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김유진·주혜린·조용훈 기자 y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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