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가 문제일 뿐, 다시 심각한 상황에 치닫고 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6월3일 미국 CNN에서 절정과 소강을 오가는 전쟁 양상을 말했습니다. 젤렌스키도, 푸틴도, 그 누구도 이 전쟁의 앞날을 볼 수 없습니다.
러시아는 강제 징집명령으로 20만명이 넘는 자국 현역·예비역이 숨졌습니다. 유례없는 침공으로 러시아의 기업과 민간인의 경제 피해가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겪는 침략으로 삶의 터전이 없어졌고, 어느 한쪽이 유리하거나 일방적인 전쟁이 아니게 됐습니다.
누가 이기든 전쟁이 끝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하야는 피할 수 없을 전망입니다. 러시아가 대대적인 체제 변화를 하지 않는다면 국제적 고립에 처할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는 현재 브릭스(BRICS·신흥 경제 5국)와 이란 등 개별적 우호관계를 쌓아 둔 국가들과 차별적 경제협력체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방국가의 기존 국제협력체제에 반하는 신흥 국제연합 세력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요.
이렇게 될 경우, 새로운 국제 시장경제와 상호 제재 등 국제법상 변화도 뒤따라올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국제연합 체제를 구축하려는 러시아와 우호국 경제는 일정 기간 악화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기존 국제 질서를 벗어나려는 러시아 우호국이 얼마나 있을까요.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결과가 러시아의 승리 혹은 결과적인 우위라고 판단될 때입니다. 이를 발판으로 북한의 핵 도발에 힘이 실리고, 중국과 대만의 대치 상황도 악화될 수 있는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전례가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해, 전선이 유럽과 태평양으로 확산했습니다. 이때처럼 러-우 전쟁에 국지전이 없을 거라고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특히 우리나라 주변 문제이기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쟁이 끝나면 어떻게 될까요. 우크라이나는 구 소비에트연방의 일원이라는 역사적 강박관계를 벗어날 겁니다. 자주적 국가관이 뚜렷해지고, 러시아와의 관계에도 명확히 선 긋고 독자노선을 취할 가능성이 큽니다. 러시아가 걱정했던 나토의 동진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선택할 겁니다. 러시아와 유럽의 가운데서 눈치 보던 우크라이나가, 이제는 서방과 제3국의 힘을 빌려 도약할 수 있는 원동력을 가질 겁니다.
반면 막대한 재건 비용이 큰 부담이 되겠지요. 전쟁 때 서방에서 빌린 방공 무기 대여금과 훈련 비용 상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투자될 외국자본에 관한 상환, 경제 회복을 위한 국제기관이나 타국으로부터의 차관 등 경제적 부담을 해결해야 합니다.
우크라이나가 장기적인 부채 해결 방안을 미리 마련하지 않을 경우, 디폴트 선언이나 모라토리움 위기가 올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1991년 러시아에 빌려준 차관을 아직도 상환받지 못한 점을 생각해 우크라이나 문제를 다뤄야 할 겁니다.
유준하 법무법인(유한) 바른 러시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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