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하나 못하나…건설사, 중대재해처벌법 ‘유명무실’
DL이앤씨 등 공사현장서 사망사고
건설사 처벌 전무…비정규직 많고 영업정지 처분도 맹탕
2023-07-14 06:00:00 2023-07-14 15:10:01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인명피해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1년 반을 넘겼지만 건설 현장의 사고는 끊이지 않은 모습입니다. 법 시행 이후 대형·공공 건설 현장 사망자는 다소 줄어들었지만, 현장점검에서는 부실이 적발되는 등 안전 불감증이 여전한 까닭입니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삼성물산·현대건설·DL이앤씨·포스코이앤씨·GS건설·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롯데건설·SK에코플랜트·HDC현대산업개발 등 10대 건설사 사망 사고는 3건(3명)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이는 작년 상반기 9건(15명)에 견줘 크게 감소한 수준입니다.
 
서울시내 도심 모습.(사진=백아란기자)
 
그러나 불안요소는 여전히 산적한 실정입니다. 최근 GS건설이 시공 중인 인천 서구 검단 아파트 건설현장에서는 지하주차장 슬래브(바닥면)가 붕괴하면서 부실사고가 터졌고, 롯데건설과 DL이앤씨 공사현장에서는 잇달아 사망사고도 나왔기 때문입니다.
 
특히 GS건설의 경우 국토교통부의 사고조사에서 기둥 15곳의 철근이 누락하는 등 설계·감리·시공 부실로 인한 전단보강근 미설치, 품질관리 미흡 등의 문제가 적발됐습니다. 사고 발생 시각이 늦은 밤으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만약 공사가 그대로 진행됐다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건설현장의 사망 소식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롯데건설의 인천터미널 복합개발 공사 현장에서는 하청업체 근로자 1명이 추락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올해 들어 롯데건설 공사 현장에서는 지난 2월과 5월 등 3차례에 걸쳐 사망사고가 나왔습니다.
 
대우건설이 울산시 남구에서 시공하는 석유제품 터미널 공사현장에서는 지난 12일 굴착기 유도업무 중 근로자 1명이 변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4일 DL이앤씨가 짓고 있는 경기 의정부시 신곡동 한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는 콘크리트 타설 장비가 넘어지면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DL이앤씨는 지난해 3월과 4월, 8월, 10월에 이어 이달 4일까지 총 5곳의 건설현장에서 6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를 내며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단일 기업 내 최다 사망사고 발생 기업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고용부의 관리감독과 조직개편 등에도 사고를 근절하지 못한 것입니다.
 
(표=뉴스토마토)
 
사고가 난 DL이앤씨 현장의 경우 공사 금액이 50억원 이상이어서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게 됩니다.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현재까지 주요 건설사 가운데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을 받은 곳이 없다는 점에서 실효성 있는 조치가 나올지는 미지수입니다. 영업정지 처분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중대재해 사고와 관련해 입찰참여제한이나 영업정지와 같은 중징계를 받더라도 법원에 처분취소 소송과 집행정지가처분 등을 신청해 ‘시간 끌기’를 할 수 있어섭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을 따내는 등 신규 수주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건설사 노조 한 관계자는 “현장에 협력업체 직원과 같은 비정규직이 많다보니 업무 흐름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휴게시설이 부족한 경우도 태반”이라며 “안전교육 뿐만 아니라 근로 환경도 바뀌어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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