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카르텔 혁파를 전면에 내세운 윤석열 정부를 향해서 민주당이 ‘김건희로드 카르텔’이라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을 둘러싼 논란이다. 물론 국토부와 여당에서는 ‘괴담 카르텔’ 세력이 펼치는 거짓 정치공세라며 맞대응하고 있다. 국토부장관은 건설 계획 백지화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아직 공방이 지속 중이다. 백지화라는 국토부 장관의 극단적 대응이 오히려 의혹을 자인하는 것처럼 만들었다는 사람도 있다. 카르텔 공방이다.
카르텔은 동일 업종 기업들끼리 담함을 통해 공정 경쟁을 해치는 행위를 주로 지칭했다. 우리의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이런 문제를 담당하는 <카르텔조사국>이 있다. ‘마약 카르텔’의 경우처럼 독점적으로 세력화된 범죄집단을 부르는 명칭으로도 쓰이면서, 요즘 온라인 게임에도 등장한다. 카르텔은 조금씩 다양한 개념으로 쓰이나 대체로 공정을 해치는 부당한 행위나 세력을 뜻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교육 문제와 관련해 이권 카르텔을 개혁과제로 던지더니, 최근에는 윤 정부는 반(反)카르텔 정부라고 자임했다. 사실 윤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한국사회의 비리와 불공정 문제를 카르텔이라는 관점에서 보았다. 이에 대조되는 개념이 공정이었다. 이권과 권력을 둘러싼 결탁이라는 의미의 카르텔 규정은 비리를 수사해 온 검찰의 경험과 시각이 반영된 면이 있다. 직접 경험한 문재인 정부 시절 아쉬움과 한계에 대한 인식이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 화두가 적폐청산이었다면, 윤석열 정부의 명제는 이제 이권 카르텔 청산인 셈이다. 알다시피 문재인 정부에서 적폐청산이 제1호 국정과제였다. 이전 정부의 권력을 둘러싼 문제들을 심판대에 세우고 권력의 주류를 교체했다. 윤석열 정부도 문재인 정부 시절 못지않게 전 정권 시기의 일들을 사정 심판대에 세우고 있다. 개별적 차원의 비리보다는 이념 세력, 패거리 세력의 결탁이라는 차원에서 급기야 카르텔이라는 용어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진보’ 언론인은 윤 대통령의 반카르텔 선포를 두고 허구의 관념이 만들고 있는 ‘해괴한 굿판’이라고 비판했다. 하기야 카르텔과의 전쟁을 주도한다는 정권 자체가 ‘검찰카르텔’처럼 보이고 있으니, 그럴 수도 있다. 태양광 사업, 민주노총 등의 개혁 대상에 민주화 운동 출신들이 연루되면서, 민주화 세력에 대한 탄압이라는 항변도 있다. 대통령을 호위하는 여당의 대표는 ‘민주를 참칭하는 권력카르텔’일 뿐이라고 반격했다. 민주화 세력의 자산이었던 도덕성과 헌신이 소진된 상태에서 패거리 챙기기는 이권카르텔로 보일 수밖에 없다.
‘해괴한 굿판’ 여부보다 정권 스스로의 실천이 관건이다. 집권세력이 검찰 카르텔로 보이는 상태에서 카르텔 청산론은 또 하나의 권력투쟁이 돼버린다. 적폐청산을 주도했던 문재인 정부의 일들이 다시 개혁과 단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대표적인 카르텔이었던 전관예우나 법조카르텔에 눈감은 채, 카르텔 청산을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적대국가 사이의 타협을 이르는 말이었던 카르텔, 극단적인 대립을 하면서도 불량공생을 하고 있는 요즘 우리의 여야 정당이 바로 그런 카르텔 정당이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민주당의 방탄이 오히려 윤 대통령에 대한 견제력을 무력화시켜 결국 대통령 방탄이 되고 있는 카르텔 정국이다.
김만흠 한성대 석좌교수·전 국회입법조사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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