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불황'에 D램 메스 들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D램 개발실장·파운드리 CTO 교체
신임 개발실장 황상준 부사장-파운드리 CTO 정기태 부사장
D램-파운드리 '초격차' 경쟁력 강화 및 TSMC 추격 속도
2023-07-04 16:37:14 2023-07-04 17:23:14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삼성전자 올해 2분기 반도체(DS) 부문의 영업적자가 3~4조원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이번 부사장급 인사에서도 D램 분야에 힘을 싣는 모습입니다. 조직 세분화와 리더급 인사 변화를 통해 글로벌 수요 악화로 반도체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조직 내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입니다. 아울러 기술 개발 역량을 끌어올려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됩니다.

신임 개발실장 황상준 부사장-파운드리 CTO 정기태 부사장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DS 부문 파운드리사업부 최고기술책임자(CTO)·기술개발실장과 D램개발실장 등 임원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D램 개발실 산하에 있던 설계 1팀, 2팀 등의 조직을 설계팀으로 통합했습니다.
 
황상준 D램 개발실장.(사진=삼성전자 뉴스룸)
 
메모리반도체 중 D램 개발을 책임지는 D램 개발실장은 황상준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 부사장이 임명됐습니다.
 
파운드리사업부 CTO는 정기태 부사장, 기술개발실장은 구자흠 부사장이 맡게 됐습니다. 그 외에도 선행개발팀장은 유창식 부사장, 설계팀장은 오태영 부사장, 전략마케팅실 마케팅팀장은 윤하룡 상무가 맡습니다.
 
정기태 파운드리사업부 CTO.(사진=삼성전자)
 
 
D램-파운드리 초격차 확보…정기 인사 5개월 전 이례적 
 
D램 개발실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서 주력하는 D램의 차세대 제품을 연구하는 조직인데요. 삼성전자는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연결한 고성능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 시대에 수요가 증가하는 차세대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인사에서 D램 개발실에 '핀셋 인사'를 단행한 것은 주력인 D램 기술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세계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40%대로 압도적입니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와 경쟁사 간 기술력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데요. 차세대 D램으로 주목받는 HBM 시장은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50% 점유율로 주도하고 있습니다. 최근 AI 서버 확산으로 인해 HBM이 주목받고 있는 만큼, 이번 인사를 통해 차세대 HBM 시장의 차별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파운드리 분야 역시 경쟁력을 제고하고 기술 개발 박차를 위한 인적 단행으로 해석됩니다. 특히 파운드리는 세계 1위 대만 TSMC와 점유율이 벌어지는 상황입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9년에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에 올라서겠다고 비전을 밝힌 바 있는데요. TSMC과의 점유율 차이가 오히려 커지고 있어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던 점이 인사의 배경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최첨단 2나노(㎚·10억분의 1m) 공정의 구체적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TSMC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가전과 모바일 등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경험)부문에서는 네트워크사업부에 '선행개발팀'을 신설했습니다. 이를 두고 미래기술 선점 차원에서 조직을 개편했다는 해석이 달립니다. 생활가전사업부에서는 글로벌 기업 P&G 출신 이정주 상무를 영입해 차세대 기획 업무를 맡겼습니다. 경영지원실 관세지원파트장으로는 관세청 출신 강연호 상무를 영입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도 정기인사 시즌이 아닌 7월께 부사장급 인사를 단행한 바 있습니다. 다만 삼성전자 임원 인사 및 조직 개편이 통상적으로 연말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정기 인사 5개월 전 실시된 이번 인사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장기 불황 속 전방위적인 기술 재정비와 선제적인 혁신 행보가 빨라질 수밖에 없다"며 "D램과 파운드리 부문의 초격차 확보를 위한 인사 단행"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실적 버팀목이던 메모리 반도체가 맥을 못추고 2분기에도 부진한 성적표를 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영업이익 급감 요인으로는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 부진이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2분기 삼성전자 DS부문 영업손실 추정치는 4조원대 안팎에 달합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에도 반도체 업황 타격으로 4조5800억원 규모의 반도체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반도체와 함께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는 DX 부문의 실적도 전 분기 대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하반기부터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면서 삼성전자 실적도 회복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합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메모리의 경우 올 3분기부터 감산 효과가 본격화되고, 출하 수요가 저점을 지나면서 가격 반등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재고자산평가손실도 빠르게 축소될 것이라는 점에서 실적 개선 속도가 업황 회복 속도보다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습니다.
 
삼성전자 사옥.(사진=연합뉴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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