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걱정스러운 역전세난
2023-06-26 06:00:00 2023-06-26 06:00:00
집값이 바닥을 쳤을까요. 최근 부동산 지표를 보면 집값 하락세가 끝난 듯 보입니다. 서울 아파트값은 5주 연속 상승세를 유지했고, 수도권도 상승 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서울 핵심 지역은 사실상 코로나 이전 집값을 회복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서울과 경기도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작년 대비 2배 수준으로 늘었습니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5월 기준 7만1000여개로 지난 2월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로 돌아섰죠.
 
현 시점에서 집값이 출렁일 변수가 있을까요. 시장에선 올 하반기 최악의 역전세난이 닥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5월 기준으로 접수된 보증사고 건수는 월간 기준 역대 최고치인 1444건으로 집계됐습니다. 보증사고 금액도 3252억원으로 역시 가장 많았죠. 올 들어 5월까지 HUG가 집주인을 대신해 돌려준 보증금 누계는 1조565억원으로 사상 처음 1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지난 한 해 HUG의 대위변제액 9241억원을 이미 초과하는 규모인데요. 
 
역전세에 따른 전세보증사고 급증은 하반기에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역전세 위험 가구는 총 102만6000가구로 전체 전세 가구의 52.4%에 달합니다. 전세보증금이 매매가격보다 더 높은 깡통전세 위험 가구도 16만3000가구입니다. 전체의 8.3% 수준이죠. 
 
서울과 경기 지역이 특히 심각합니다. 서울의 깡통전세와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각각 1.3%, 48.3%로 조사됐고 경기와 인천은 6.0%와 56.5%로 나타났습니다. 수도권의 경우 2021~2022년 전셋값이 고점을 찍고 하락한 경우가 많아 올해 만기가 되면서 집주인 입장에선 보증금을 돌려주기 힘든 상황이 될 것이죠. 
 
주택 매매가 대비 전셋값의 비율을 나타내는 전세가율도 통계 작성 이래 최저 수준입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2.0%로 전월(52.9%) 대비 0.9%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전년 동기(54.6%)보다는 4.0%포인트 낮습니다. 
 
전세가율이 낮아질수록 매맷값의 하방경직성이 커집니다. 특히 지금과 같은 집값이 불투명한 시기에는 전셋값 급락이 매맷값의 하한 폭을 키우면서 함께 가격을 끌어내리는 연쇄작용을 일으키는데요. 값싼 전세로 몰리는 매수세는 더욱 움츠러들 수 밖에 없어 급락세를 부채질 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집값 상승기엔 집주인들은 이자가 올라도 소득이 줄어도 악착같이 집을 팔지 않으려 합니다. 하지만 역전세의 쓰나미가 강타하면 집을 던지지 않고 버틸 도리가 없죠. 때문에 집값의 급락은 거의 언제나 전세시장의 급락이 있은 후에 찾아오곤 합니다.
 
데드캣 바운스라는 용어가 있죠. 죽은 고양이도 아주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튀어오른다는 월가의 증시 격언에서 유래된 용어인데요. 1980년대 중반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주식시장이 폭락한 후 일시 반등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보자 이 말이 인용됐다고 합니다. 2020년 2월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급락하던 주가가 3월 초 일시 반등했을 때도 이 용어가 쓰였습니다. 
 
정부의 규제 완화로 일시적으로 서울과 수도권의 매매심리가 개선된 모습입니다. 하지만 하반기 예고된 역전세의 습격과 낮은 경기 성장률, PF 위기 등을 보면 시장 바닥론은 시기 상조로 보입니다. 오히려 깜짝 반등 후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죠. 장미빛 미래를 그리기 보다는 보수적인 관점에서 시장을 중장기로 바라보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강영관 산업2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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