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코 앞 다가온 장마…반지하, 여전히 위험천만
지원에도 반지하 매입, SH 목표율 3% 그쳐
장마철 앞두고 반지하 주택 대비 여전히 미흡
2023-06-13 06:00:00 2023-06-13 06: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본격적인 장마철을 앞두고 반지하 주택 주민들의 시름이 다시 깊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여름은 슈퍼 엘리뇨의 영향으로 폭우가 예상되지만 정부가 내놓은 반지하 관련 침수 대책은 제 속도를 내지 못하는 등 재해위기감이 여전한 까닭입니다.
 
12일 찾은 관악구 신림동 일대는 외부에서 빗물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물막이판이 곳곳에 설치돼 있었지만 설치하지 않은 다세대주택도 다수 눈에 띄었습니다. 임차인이 설치를 원해도 침수 피해나 위험이 있는 집이라는 인식이 있어 임대인이 집세 하락 등을 이유로 동의하지 않은 것입니다.
 
도림천에서 바라본 신림동 일대.(사진=백아란기자)
 
이날 도림천 주변 골목을 둘러보니 국지성 집중호우와 같은 기후재난에 대비한 시설물보다는 단순한 가림막이나 방범창 정도에 그친 집들이 곳곳에 있었습니다. 신림역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작년에 피해가 크게 나면서 대비한 곳이 많지만 (수해지역 낙인 효과를 우려해 침수방지시설 등) 설치를 하지 않는 집도 있다”면서도 “침수 피해가 있었던 집이라고 누가 알리고 싶겠냐”라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이어 “다세대 주택 매입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집주인 입장에서는 시세보다 낮은 공시지가로 넘길 이유가 없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서울시와 정부가 지난해 폭우를 계기로 반지하 주택 폐지 및 지상층 이주 대책을 내놨지만, 좀처럼 속도도 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서울 시내 반지하 23만호를 대상으로 1단계(중증장애인·370호), 2단계(아동, 어르신·695호), 3단계(침수우려 가구·2만7000호), 4단계(나머지 반지하 전체·21만호)로 나눠 현장조사를 진행했는데 현재까지 침수방지시설을 설치한 곳은 6310호로 대상(1~3단계 완료 기준) 가구 중 31%에 그쳤습니다.
 
수마 우려에도…"이주 바우처 알지 못해"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또한 올해 3450가구 매입을 목표로 했지만 현재는 목표치의 2.8%에 불과한 98가구만 매입에 머물고 있습니다. 시는 연말까지 반지하 주택 5250호에 대한 매입을 추진할 방침이지만, 이사할 돈마저 부담스러운 이들의 경우 수마가 할퀴고 지나간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셈입니다.
 
신림동 A공인중개사는 “작년 물난리에도 반지하방은 아무래도 저렴하다보니 수요는 꾸준히 있다”라며 “반지하의 경우 원룸 기준으로 저렴한 곳이 보증금 100~200만원에 20~25만원이고, 보증금 500~1000만원에 30~45만원 정도면 좀 더 깔끔한 방을 구할 수 있는데 위치에 따라 가격은 달라진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물막이판을 설치한 곳과 설치하지 않은 곳이 혼재된 신림동 일대 모습.(사진=백아란기자)
 
정부의 지원을 잘 모르거나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현재 서울시는 공공임대주택 입주시 보증금 무이자 대출과 월 20만원씩 최장 2년 간 반지하 특정 바우처를 제공하고 있지만 지상층 전세금을 마련하기에 턱없이 부족하거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섭니다. 20년째 신림동에 거주하고 있다는 B씨 역시 반지하 특정 바우처에 대해 “어디서 신청하는지도 모르고, 알지 못했다”라고 전했습니다.
 
실제 작년 말부터 지난달까지 반지하 특정바우처를 지원받은 서울 관내 침수 우려 가구(2만7000여가구)는 불과 970여가구(3.5%)에 머물고 있습니다. 한편 서울시는 SH·LH공사 매입임대 등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하고 이달 말까지 침수 우려가 있는 곳에 침수방지시설을 설치할 방침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동의서 징구와 현장실측 등에 상당기간이 소요되고 설치에 동의하지 않거나 거주자와 연락이 안 되는 경우 침수방지시설 설치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이동식·휴대용 물막이 지원 등을 통해 침수예방 사업을 시행하고 지상층 이주도 지속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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