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금융위원회가 자사주 제도 개선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삼성이 자사주 소각을 주도하고 나서 재계 반대논리가 약화되고 있습니다. 4세 승계를 포기한 이재용 회장과 달리 자사주 활용 목적이 있는 다수 그룹들은 규제 반대 역량이 분산되자 당황스런 눈치입니다.
12일 재계 관계자는 “자사주 제도 개선 방안이 총선 카드로 부상한 것 같다”며 “과거와 달리 삼성에게 우산 역할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전했습니다. 또다른 관계자는 “자본시장 이슈가 많은 자사주 제도를 당정이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며 “소액주주들에게서 정책수요가 높았던 물적분할 시 주식매수청구권행사 방안이 도입된 것을 고려하면 자사주 규제도 가능성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금융위는 최근 자사주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중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방안이 부각됐습니다. 재계는 포이즌필이나 차등의결권이 불허된 상황에서 자사주마저 통제된다면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진다고 우려합니다.
하지만 정작 재계 1위 삼성은 자사주를 적극 소각하며 주주친화정책 효과를 선점하고 있습니다. 인적분할을 포기한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소각해온 데 이어 삼성물산도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 13%를 전량 소각하기로 했습니다. 이재용 회장이 2020년 5월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후 자사주 활용도가 떨어진 삼성이 소각에 앞장선 모습입니다.
올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선 HB솔루션, 라이온켐텍, 한라IMS, 디지털대성 등 중견기업 위주로 자사주 소각 발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대기업은 조용한 편입니다. 임원 상여나 스톡그랜트를 위한 자사주 취득 및 처분 등 소규모 거래만 보입니다. 최근 몇달 사이 세아특수강, 카카오, 효성ITX, SK이노베이션, SK아이이테크놀로지, 포스코퓨처엠, KG케미칼, 두산밥캣 등이 관련 목적으로 자사주를 거래했습니다. 자사주 상여 지급은 자사주 의결권 부활, 배당이익 분산 등으로 소액주주에겐 불리한데 근래 재계에서 관련 사례가 부쩍 많아지자 소각 의무화 목소리가 커진 배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한편, 삼성 외 현대차도 자사주 소각에 비교적 적극적입니다. 현대차는 임원 상여 목적으로도 자사주를 처분한 바 있으나 자사주 소각도 병행해왔습니다. 기아 역시 연초 자사주를 취득하면서 50%는 소각하기로 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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