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을 끝낼 선거법 개정의 어려움
2023-05-17 06:00:00 2023-05-17 06:00:00
KBS가 세계 최초로 생방송으로 '선거제도 500인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그동안 국회는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사수하는 바람에 한치의 전진도 없었습니다. 김진표 국회의장의 의지로 20년 만에 국회 전원위원회를 열어서 토의했지만, 중지를 모으지 못했습니다. 한 걸음 더 전진하기 위해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공론장을 만들고, 숙의의 과정(2주간)을 거쳐서 공론을 모으는 과정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공론장 구성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한국리서치,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에 의뢰해 시민참여단 500명을 대상으로, 사전 조사는 5월 1~3일, 숙의 후 조사는 5월 13일, 휴대전화를 이용한 현장 조사를 시행하였습니다. 선거법에 관한 공론조사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서 의제를 잘게 잘라서 하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구의 크기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출방식 △지역구 비례대표 의석 비율과 정원 정수 등이었습니다. <500인 회의>에서는 숙의를 위한 자료를 지급하고, 온라인 강좌 수강도 하게 했다고 하며, 역사 강사 최태성의 설명과 정치학자, 전문가 등의 발제와 설명, 시민참여단과 직접 문답으로 거쳤습니다.
 
첫 의제인 국회의원 선거구 크기는 소선거구제 56%(숙의 전 43%), 중선거구제 40%(숙의 전 42%)로 나타났습니다. 숙의 후에 13%P나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국회의원 개인의 책임성이 강조되면서, 정당의 책임성을 물을 수 있는 비례대표제와 비교 토론이 부족한 결과로 보입니다. 지금의 정치가 극단적인 대결주의로 흐르고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것에는 소선거구제에 의한 양당제 구조가 있음에도 결과적으로 소선거구제로 다수의 의견이 나오는 역설적 결과입니다.
 
다음으로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 구성은 비례대표를 더 늘려야 한다(70%)는 의견이 지역구 의원을 늘려야 한다(10%)는 의견보다 절대다수였습니다. 88년 이후 지속해서 비례대표 의석수가 줄어드는 현실과 대중영합주의자에 의해 비례대표가 필요 없다는 공격을 받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비례대표를 늘려야 한다는 공론은 고무적입니다. 다만 지역구가 257석에서 늘었으면 늘었지, 줄어들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이는 소선거구제에서 비례대표를 어떻게 늘릴 수 있을까 하는 현실적 해법이 궁금해집니다. 이 결과와 연동해서 국회의원 수를 늘리자는 의견(33%), 더 줄여야 한다(37%), 현행 유지(29%)하는 의견으로 팽팽하고,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절대적 다수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비례대표 선출범위는 전국단위 비례대표제(58%)가 권역별 비례대표제(40%)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것은 지금의 47석으로 5개 권역으로 나눌 때, 평균 8.5명으로 분포하기 때문에 소수당이 1석이라도 얻으려면 권역에서 9% 이상 득표해야 한다는 점에서 봉쇄조항이 되기 때문입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방송에서 “현행 소선거구제 중심의 선거제가 거대양당의 극한대립을 초래하는 만큼 공론 결과를 토대로 해서 여야가 협상안을 만들어, 상반기에 마무리할 수 있도록 성원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선거제도 개혁은 다시 시작입니다. 비록 이번 공론조사가 각 제도의 장단점 위주로 토론하여, 각각을 취사선택함으로써 선거제도의 체계성과 종합성을 갖추기에는 미흡했습니다. 결국 선거제도도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지 먼저 합의해야 좋은 제도가 탄생할 수 있습니다. 국회가 성과와 함께 아쉬운 한계를 보충해서 선거법 개혁에 합의하기를 부탁드립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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