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돌아온 '가왕' 조용필…세련된 젊은 감각 여전
데뷔 55주년에도 "음악 실험은 진행 중"
"'과거 성공 패턴에 갇히지 않는 시도는 대중음악계 메시지"
조용필 열고 닫는 주경기장 시대…13일 단독 공연
2023-05-04 17:00:00 2023-05-04 17: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가왕' 조용필(73)의 새 EP 음반('Road to 20-Prelude 2')이 한국 대중음악에 던지는 메시지는 의미심장합니다.
 
9년 만에 발표된 신보는 지난해 두 신곡('찰나'·'세렝게티처럼')을 포함한 연작이자, 올해 말 발표할 정규 20집 수록 예정. 19집('바운스'와 '헬로') 때처럼 세련된 감각과 색채가 통통 튀어오른다는 점에선, 분명 전작과 연결선상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우선, 신보에는 조용필 음악인생에서 처음으로 도전한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장르 '라'가 수록됐습니다. 덥, 다운템포 등의 요소로 기존 하우스 장르보다 복잡한 일렉트로닉 장르. 샤이니 온유 등의 곡을 써온 북아일랜드 일렉트로닉 작곡가 마이클 제임스 다운을 주축으로 외국 작곡진 총 3명이 만든 곡입니다. '정해진 틀을 비껴/ 자유롭게'라는 가사는 흡사 데뷔 55주년에도 여전히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는 가왕의 음악 인생 자취를 비춥니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만으로 73세면 보통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30대의 에너지가 느껴진다는 것은 조용필 음악의 여전한 힘"이라며 "프로그레시브 스타일까지 나아간 것은 여전히 음악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는 증명"이라고 짚었습니다. 
 
또 임진모 평론가는 "과거 성공패턴에 갇히지 않고 성공 실험을 하고 있다는 아티스트의 진면목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것 같다. '세월이 지나도 주도면밀하게 표현하는 음악'이란 캐치프레이즈는 현재 우리 가요계에 던지는 메시지와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새 EP 음반('Road to 20-Prelude 2')로 돌아온 '가왕' 조용필(73). 사진=YPC·유니버설뮤직
 
신보의 또 다른 수록곡 'Feeling Of You'는 신스팝 장르입니다. ITZY, NCT127 등의 음악을 담당해온 디드릭 쏘우트, 슈퍼주니어 곡을 쓴 니콜라스 킹스 같은 K팝 작곡진들이 달라붙었습니다. 
 
앞서 '찰나'에선 팝 록 장르를 시도했습니다. 엔하이픈,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부터 트와이스, 슈퍼엠까지 K팝 곡들을 작곡한 앤디 러브가 댄스 일렉트로닉 음을 맡고, 백스트리트 보이즈 등 90년대 틴팝 작곡가로 나섰던 댄 매칼라가 전체적인 멜로디를 입힌 곡입니다. '세렝게티처럼'에선 핀란드 심포닉 메탈 밴드 아포칼립티카, 독일 헤비메탈 밴드 스콜피온즈 등의 앨범에 참여했던 스웬덴 출신 음악 프로듀서 마틴 한센이 참여해 스케일 큰 록 음악을 그려냈습니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지금의 젊은 세대보다 한편으로는 더 세련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며 " 2014년 '헬로'와 '바운스'에서 추구했던 동시대 사운드의 접목과 만남을 본작에서 완성시켜가고 있다고 보여진다. 현재까지 발표한 음악들로 미뤄볼 때 하반기 음반은 동시대의 가장 완성도 있는 세련된 록 앨범이 아닐까 싶다"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신보의 작사를 김이나가 맡은 부분에 대해선 의견이 갈립니다. '고추잠자리'와 '못 찾겠다 꾀꼬리'를 써낸 김순곤이나 '칼리만자로의 표범'의 양인자의 옛 향수가 그립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임진모 평론가는 "20·30대의 영 제너레이션 감각에 너무 치중된 점이 아쉽기도 한 것은 사실"이라며 "관록과 지혜 같은 면모를 더 보여주는 가사였다면 어땠을까 싶은 개인적 바람이 있다"고 했습니다. 
 
김작가 평론가는 "오랜시간 평생의 가사 파트너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며 "한편으로는 80년대 양인자와 90년대 박주연, 동시대 최고 작사가와 함께 해보는 기조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작사가의 오롯한 역량보다는 조용필과의 협의 하에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다고 본다"고 의견을 냈습니다.
 
새 EP 음반('Road to 20-Prelude 2')로 돌아온 '가왕' 조용필(73). 사진=YPC·유니버설뮤직
 
조용필은 오는 13일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과 같은 달 27일 대구 스타디움 주경기장에서 '2023 조용필&위대한 탄생' 콘서트로 팬들과도 만납니다. 그간 '한국 대중음악 성지'로 불려온 잠실주경기장은 가왕의 무대를 끝으로 6월 리모델링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88년부터 시작한 '주경기장(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 시대'가 가왕과 함께 역사의 한 페이지로 넘어가는 겁니다. 
 
지난해 길이 40m, 무게 2t의 직사각 대형 플라잉 LED를 도입해 U2나 핑크플로이드 같은 무대를 선보였던 것을 감안할 때, 대중음악 공연업계 기대는 최고조입니다.
 
임진모 평론가는 "지난해 공연 직관 당시 어마어마한 열정과 노력으로 성대를 보호하고 관리해온 점이 눈에 띄었다”며 “신곡 뿐 아니라 ’고추잠자리’를 원키로 부르는 것을 보며 음의 색깔과 파워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일반적 평가의 패러다임에서 완전히 벗어난 상황”이라 짚었습니다.
 
새 EP 음반('Road to 20-Prelude 2')로 돌아온 '가왕' 조용필(73) 실물 음반. 사진=YPC·유니버설뮤직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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