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한화그룹 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 의혹 5년 조사 끝에 무혐의 처리한 가운데 총수일가 개인회사는 내부거래로 급성장했습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 구축하게 될 수직계열 구조 상단에도 총수일가 연결회사가 위치해 내부거래는 더욱 늘어날 전망입니다. 당초 공정위는 시스템통합(SI) 업체(구 한화S&C)를 조사해 위법 여부를 가리기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한화그룹은 SI사업을 총수일가 회사에서 분리시켰습니다. 하지만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의 기회유용 논란과 함께 에너지, 기계장비 등이 내부거래 일감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대우조선해양 엔진도 총수일가 몫
14일 관련 업계 관계자는 “선박엔진사업은 진입장벽이 높고 고정가격으로 수주하게 돼 안정적 수익을 남길 수 있다”라며 “원자재값이 오르면 비용 부담이 크지만 총수일가 연결회사는 가격협상력에서도 우위에 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구매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이 갑이고 부품회사가 을인데 총수일가가 연결돼 갑을이 바뀐다”라며 “대우조선해양에 부품회사가 빨대를 꽂는 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오는 7월1일 한화임팩트는 선박용엔진 제조업체인 HSD엔진을 인수합니다. 한화임팩트는 한화에너지 종속회사이며, 한화에너지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일가족이 지분 100%를 가진 개인회사입니다. 한화임팩트는 2269억원을 들여 HSD엔진 32.77% 지분을 확보할 예정입니다. HSD엔진의 매출은 90% 가까이 선박용엔진 사업에서 발생합니다. 현대중공업은 선박엔진을 내재화하고 있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삼성중공업, HJ중공업은 HSD엔진으로부터 엔진을 사옵니다. 한화그룹 내 총수일가 회사 내부거래를 늘려 줄 또 다른 수직계열화가 완성되는 셈입니다.
애초부터 한화에너지는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기회유용 논란 속에 수직계열을 구축하고 내부거래로 커왔습니다. 과거 삼성그룹 내 방산, 화학 계열사를 인수할 당시 한화케미칼(현 한화솔루션) 외 한화에너지가 한화종합화학(현 한화임팩트) 인수주체로 참여, 사업기회 유용 논란이 일었습니다. 삼성그룹 관련 지분이 모두 처분된 후 결과적으로 한화임팩트는 한화에너지 종속회사로 인식됩니다. 한화케미칼은 인수자금만 대준 셈입니다.
한화에너지 자체로도 한화솔루션으로부터 열병합발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팔아 내부거래가 많습니다. 이런 수직계열 또한 한화케미칼이 에너지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여수열병합발전을 설립하고 최종 한화에너지에 흡수된 과정을 거쳤습니다. 굳이 내재화된 사업을 떼어내 총수일가에 안겨준 것입니다.
최근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기회유용 논란이 제기됐습니다. 이 회사는 지주회사 한화에 정밀기계를 팔기로 했습니다. 오는 5월31일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부터 한화정밀기계 사업을 5250억원에 인수합니다. 한화는 정밀기계를 인수해 모멘텀 부문으로 재편합니다. 모멘텀 부문은 한화솔루션이 미국에 투자하는 솔라허브에 태양광 장비를 납품합니다. 한화는 총수일가 개인회사는 아니지만 일가족 지분이 많아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규제 대상에 속합니다. 솔라허브 납품계약 사실을 미리 인지했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매각 결정으로 사업기회 유용 의혹을 낳습니다.
기회유용 논란 연속에도…공정위 맥 못 춰
한화그룹 내 내부거래 매출이 가장 많은 곳이 한화에너지입니다. 또 한화는 내부거래가 많았던 한화건설을 흡수합병해 또 다른 수직계열 상단에 섰습니다. 2001년 자본금 30억원이었던 한화S&C는 쪼개고 합치는 작업과 내부거래로 성장해 작년 자본금 677억원의 한화에너지가 됐습니다. 2156% 성장한 자본금뿐만 아니라 작년 매출도 4조원에 육박했습니다. 매출은 재작년에 비해서도 106%나 커졌습니다.
한편, 공정위는 한진의 경우 사익편취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대법원에서 패소했습니다. 이에 공정위 제재나 고발 건도 줄어들며 위축된 형국입니다. 되레 공정위 대신 검찰이 고발요청권을 적극 행사하며 사정 칼날을 겨눕니다. 공정위는 최근 대법원 패소 판결을 고려해 사익편취규제 지침을 수정하고 나섰습니다. 법령보다 엄격했던 심사지침을 풀어주는 등 규제완화 내용입니다. 대우조선해양 결합심사과정에서는 심사대상 기업인 한화가 공정위를 압박한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이 사정당국인 공정위를 압박한 것은 역사상 처음”이라며 “재계 저승사자였던 공정위가 종이호랑이 취급을 당한다”고 꼬집었습니다.
한화에너지 사옥. 사진=한화에너지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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