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대우조선해양 인수 건의 공정거래위원회 심사가 길어지자 한화그룹이 여론전을 펼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해외 당국이 승인했는데 공정위가 뜸들인다는 비판이 많아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유 없이 지연되는 것은 문제지만 정당한 절차를 압박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과정에서 이의제기는 국내 방산업계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방산업은 내수 비중이 커 독점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해외 심사와 국내 심사가 다른 것은 당연합니다.
해외 관점에서 이번 인수 건은 조선업 비중이 커 이종 업종간 결합으로 비칩니다. 통상 이종결합은 독점 심사를 수월하게 통과합니다. 그런 해외 잣대를 국내 동일하게 적용할 수 없습니다. 국내는 조선업 외 내수 비중이 큰 방산업도 심사해야 합니다.
국내 방산 1위는 한화입니다. 그 방산 시장 지배력이 더 커진다면 당국이 세밀하게 살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방산은 세금으로 무기를 사들입니다. 그런데 특정 업체가 독점적 지위로 공정한 입찰을 방해한다면 국민이 손해를 봅니다.
방산업계는 한화가 독점 공급하는 군함 부품을 문제 삼습니다. 그동안 대우조선해양을 포함한 조선사들은 한화로부터 동등한 관계였습니다. 하지만 인수 후 대우조선해양만 특수관계자가 됩니다. 한화가 군함 수주를 늘리기 위해 특수관계자와 유착할 것이란 추론은 합리적입니다. 한화 스스로 인수 시너지를 강조하는 부분도 수직계열화입니다. 따라서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공정위가 살피는 게 마땅합니다. 해외서 통과시켜줬으니 빨리 처리하는 논리는 맞지 않습니다.
배터리를 만드는 삼성이 전기차에 진출한다고 가정해보세요. 배터리는 경쟁사가 많습니다. 전기차도 경쟁이 심합니다. 더욱이 내수보다 수출시장이 훨씬 큽니다. 하지만 배터리나 완성차 업계는 삼성의 시장 영향력을 고려해 진출 가능성을 경계합니다.
최근 무기 수출이 늘지만 여전히 방산업은 내수 비중이 큽니다. 한화는 특정 군함 부품을 독점합니다. 직접 군함 건조까지 하게 되면 독점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국내 방산 경쟁사 노조가 일자리를 뺏길까봐 걱정하는 문제입니다. 한쪽 목소리가 크다고 급하게 넘길 문제는 아닙니다.
앞서 공정위가 결합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조건부 승인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제약, 바이오만큼 임상시험은 아니더라도 새 규제를 만드는 데 물리적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를 재촉하는 것은 조건을 떼려는 의도가 의심되기도 합니다.
공정위는 올해 사익편취규제 대상인 동일인의 친족범위를 줄였습니다. 상속을 거치며 친족 재벌이 늘어나는 경제구조를 간과한 게 아닌가 걱정됩니다. 규제망에서 벗어난 친족 집단 간 지원성 거래를 통해 경제력 집중 문제가 심화될 수 있습니다. 공장 자동화, 해외 투자 확대 이후 대기업의 고용유발계수는 줄어듭니다. 한화 역시 노조 반발을 피하기 위해 다른 이유로 물적분할한 뒤 어물쩍 회사를 내다 판 전례도 있습니다. 결합이 무조건 능사가 아닌 까닭에 심사당국을 흔드는 목소리는 더욱 경계대상입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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