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미국의 대중 견제는 한국 반도체에 수요 측면에선 부정적이지만 공급이 줄어드는 반사효과도 예상됩니다. 경기침체에 대비해 SK하이닉스가 감산을 실시해온 가운데 삼성전자는 고객사의 눈치를 살피며 인위적 감산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의 증설투자가 막히면 자연감산 효과가 생깁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이날 네덜란드, 일본과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에 합의한 내용을 대외적으로 인정했습니다. 나아가 미국 정부는 인도와 반도체 분야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하기로 해 반중 동맹의 외연을 넓히는 중입니다.
중국에 대한 네덜란드나 일본의 반도체 핵심 장비 수출이 막히면 국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중국 내 증설 투자를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한국도 이미 인도를 포함한 대중 연합 성격의 인도 태평양 경제 연합(IPEF)에 가입한 상태입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미국 내 반도체 투자를 약속하고 받기로 한 보조금도 중국 투자 시 못 받게 될 염려마저 있습니다.
중국은 한국의 주요 수출시장으로서 이런 미중 갈등은 수요측면에서 부정적입니다. 하지만 최근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감산을 고민하고 있는 시점에 중국 투자 난항은 문제가 못됩니다. 되레 증설 제한으로 공급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중국 공장은 운영을 시작한 지 오래됐고 이미 많은 투자가 이뤄져 신중한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사업 실적이 부진했지만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산라인 유지보수 강화 와 설비 재배치를 추진하고 있으며 설비투자 내 연구개발(R&D) 비중을 늘린다는 방침은 내비쳤습니다. 업계에선 이를 사실상 감산으로 받아들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인위적 감산은 고객사 입장에서 납품 단가 인상을 의미하기 때문에 공연히 밝힐 순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럼에도 SK하이닉스는 감산 계획을 외부에 밝혀왔습니다. 이런 양사의 처지를 고려하면 중국 투자는 급선무가 아닙니다.
삼성전자는 연말 재고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격경쟁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상대적으로 점유율이 밀리는 SK하이닉스가 영업적자에 빠지기도 했지만 점차 감산 효과가 나타나면서 수급상황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SK하이닉스는 “공급단의 스케일 축소가 확연하기 때문에 D램 기준 과점화 상황에서 수급 안정화 방향은 유효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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