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재계 총수들과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윤 대통령,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연초 재계 총수들의 해외 출장 행보에 국제 정세가 묘하게 교차됩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이슈로 재계에선 미국과의 거리감이 느껴지는데요. 미국 국제가전박람회(CES)에 불참했던 총수들이 스위스 다보스포럼에는 대거 출격합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오는 16일부터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에 참석할 전망입니다. 최근 CES에 최 회장만 참석했던 것과 비교되는데요. 이 회장의 경우 다보스포럼에 참석한다면 첫 방문입니다.
다보스포럼 참석률이 높을 것으로 점쳐지는 데는 윤석열 대통령 일정이 작용합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이 방한했을 때 당선인 신분이던 윤석열 대통령이 포럼 참석을 요청받고 올해 방문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라며 “윤 대통령과 여러번 만나는 등 친밀한 관계를 보이는 재계 총수들이 다보스포럼에 대거 참석할 것이 예상되는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최근에도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율이 낮다고 말해 추가 공제율 확대 법안 발의를 유도하는 등 수출 기업들이 도움받고 있습니다. 이번 다보스포럼 방문은 그 보답성격으로 비칩니다. 윤 대통령은 다보스포럼에서 2030 국제박람회 유치에 힘쓸 예정입니다. 부산엑스포 유치는 요즘 재계 총수들도 열의를 보입니다.
이같은 기류는 총수들의 불참으로 다소 썰렁했던 CES와 대조적입니다. 재계는 미국의 칩스법과 IRA로 불편해진 관계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내놓습니다. CES엔 최태원 회장만 참석해 자리를 빛냈습니다. 앞서 최 회장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일대일 화상 면담을 하는 등 미국과 돈독해진 일련의 행보를 보입니다.
하지만 사업적으로는 한국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이 칩스법과 IRA의 직간접 피해 리스크에 노출됐습니다. 이 회장은 2007년부터 2013년까지 7년 연속 CES에 참석했다가 이후 멀어졌습니다. 이번엔 회장에 오른 참이라 오랜만의 방문이 예견되기도 했었죠. 작년 CES에 로봇과 함께 등장해 강한 인상을 남겼던 정의선 회장도 올해는 불참했습니다. 심지어 현대차는 부스마저 뺐습니다. 재계에선 이를 두고 IRA 충격이 큰 현대차가 간접적으로 불만을 표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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