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이다
. 한동안은 날짜를 기입할 때마다
“올해가 몇 년이던가
”하며
2022년과
2023년 사이에서 갈팡질팡할 것이다
. 새해 시작이 기쁘지 만은 않게 된 건 중년의 나이가 되면서부터다
. 나이가 주는 무게감이 제법이었다
. 올
6월부턴 만 나이가 공식 나이가 된다
. 나이가 많아졌는데 나이가 적어진다
. ‘한 살 벌었다
’는 생각은 의외로 어떤 것을 실천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 늘 하는 새해 결심이지만 올해는 더 특별한 느낌이다
. 1년을 벌었기 때문인가
. ‘재벌집 막내아들
’ 송중기도 아닌데 인생
2회차를 사는 듯한 느낌이다
. 어쨌든 각오가 새롭다
.
영화계도 새로운 1년을 맞이한다. 남다른 각오와 준비로 전 세계적 존재감을 더욱 단단히 해야 할 한 해다. 그러기 위해선 영화 시장의 변화된 흐름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올 1년을 맞이할 전략을 세우고 완벽한 성취를 이뤄낼 수 있게 된다.
일단 올해부터는 영화 배급을 위한 눈치싸움이 무의미해질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단 얘기다. 기존 국내 영화시장은 비수기-성수기로 양분화 돼 있었다. 비수기 시즌 중급 이하 규모 영화들이 개봉했고, 여름과 겨울 그리고 설과 추석 연휴 기간엔 각 메이저 투자 배급사의 텐트폴 영화가 개봉했다. 국내 영화 시장을 주도하는 4대 메이저 투자 배급사의 전통적이고 전략적 제휴였던 셈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시장 생리가 이를 사실상 무의미 하게 만들었다. 2022년 초 상영관 영업시간 제한 및 취식 불가 해제 이후 시장 활성화가 기대됐다. 하지만 억눌림에 대한 일종의 ‘풍선 효과’였을 뿐 시장의 봄날은 ‘반짝’하고 사라졌다. 1000만 흥행을 노리던 ‘한산’이 700만 흥행에 만족했고 ‘비상선언’은 흥행 참패를 기록했다.
시장의 비상식적 흥행 논리가 아니었다. 기존 생리가 무너진 반증이었다. 이른바 ‘묵힌 영화’ 논리부터 영화관 관람료 인상 등 다양한 이유가 불거졌지만 시장 회복 실패 최대 요인은 경쟁 상대의 타깃 설정 잘못이었다. 예전과 같은 ‘영화 대 영화’ 논리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걸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작년 12월 개봉해 1000만 흥행을 노리는 ‘아바타: 물의 길’이 경쟁 상대가 없는 독주를 지속하고 있다. 경쟁작이자 대항마로 ‘영웅’이 지목됐지만 시장의 소비 측면에서 ‘아바타: 물의 길’은 아이러니하게도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과 경쟁하는 구도처럼 비춰지고 있다. 한동안 극장은 ‘아바타: 물의 길’, 안방은 ‘재벌집 막내아들’이 자리하면서 영화 대 드라마의 생소한 2파전이 이어졌다.
실질적으로 비수기와 성수기 시즌 구분이 무의미해진데다 영화 대 영화 경쟁 구도, 영화관 대 영화관 경쟁 체재가 더 이상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는 증명이 된 셈이다.
이제 국내 영화 시장은 이렇게 또 한 번 큰 변화를 맞이한 새로운 흐름에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영화 산업은 전 세계를 주도하는 K문화의 명백한 중심이다. 영화 산업이 무너지면 K문화 근간 역시 흔들리게 된다. 2022년 한 해 동안 뼈아픈 실패를 거치며 영화 시장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충분한 데이터를 쌓았다. 남은 일은 축적된 데이터를 시장에 접목해 새로운 콘텐츠와 마케팅을 선보이는 것이다. 늑장 부릴 여유는 없다. 전 세계 1위 자리를 노리는 경쟁국은 많다. K문화의 근간인 국내 영화 산업, 새롭게 변화된 모습으로 재등장할 제2의 출발을 준비하자.
김재범 대중문화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