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드라마의 판은 깔렸다. 시장 예상을 뒤엎고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투자자의 가슴을 졸였던 미국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며 가속화되던 미국 금리의 속도 조절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5개월 연속 하향 곡선을 그린 물가 추이가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에서 시장의 예상대로 ‘빅스텝(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인상 속도를 낮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부터 이어진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진 셈이다. 여기에 이를 기반으로 내년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더뎌질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당연하다.
11월 CPI는 예상치를 밑돌았다. 헤드라인 기준으로 7.1%를 기록하며 전월(7.7%) 및 컨센(7.3%)을 하회했다. 주거비(6.9%→7.1%), 렌트료(7.5%→7.9%) 등 집값 관련 품목들의 물가가 오름세를 나타냈지만, 가솔린(17.5%→10.1%) 등 에너지(17.6%→13.1%)와 중고차(2.0%→-3.3%), 신차(8.4%→7.2%), 음식료(10.9%→10.6%) 등 다른 주요 품목들이 내림세를 보이면서 인플레이션 하락을 견인했다. 11월 CPI의 시장 예상치 하회는 인플레이션이 잡히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증시에 호재인 것은 자명하다. 지난 10~11월 두달새 13% 가까이 급반등하던 국내증시는 이달 들어 4%대 조정을 나타냈다. 미국의 연말 금리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중되며 투자자의 관망세가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때문에 이번 11월 CPI 지표가 시장 예상대로 움직여준 상황은 증시에 고무적인 요소로 해석된다. CPI를 기반으로 연준이 향후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에 대한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빅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 수준의 금리 인상은 기정사실화로 판단하고 있다. CPI가 잡히면서 빅스텝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 자이언트스텝에 대한 우려로 증시가 급격히 얼어붙었던 올 하반기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1월 CPI 발표 이후 기준금리 예측 모델(CME Fed Watch)상 내년도 최종금리는 5.0%로 기울어졌다. 기존엔 5.25%가 우세했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FOMC가 제시할 연말 금리와 향후 금리 인상과 관련한 시선이다. 최근 연준이 덜 매파적인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소다. 시장은 안도랠리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주 중심의 단기 비중확대를 통한 투자전략도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FOMC가 발표할 금리 관련 스탠스 역시 우호적으로 해석될 재료가 나올 경우 증시는 산타랠리에 이어 1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을듯 하다. 다만 FOMC 불확실성이 해소된 이후 과거 패턴으로 볼때 FOMC 이후 1~2거래일 후에 증시에서 진반응이 나왔던 점을 고려할 때 시간을 두고 시장의 흐름을 면밀히 체크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선제적 대응 보단 사후적 대응이 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성남 증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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