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대한간호협회가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사진=동지훈 기자)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간호법을 두고 병원 구성원들 간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현직 간호사들과 예비 간호사 등이 연내 정기 국회 통과를 요구하는 반면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은 저지 노선을 구축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간협)은 오는 2일 부산역 광장에 모여 간호법 제정 촉구 궐기대회를 개최한다. 이날 궐기대회에는 영남지역 간호사 4000여명이 모여 간호법 제정을 촉구한다.
간호법은 간호사의 처우 개선, 지역공공의료와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위한 간호정책, 간호인력 확보에 대한 국가와 지방정부의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고 노인·장애인 등에게 요구되는 간호·돌봄 제공체계를 담은 법안이다. 현재는 간호사들에 대한 규정이 의료법에 포함된 상태다.
지난 1977년 처음 시작된 간호법 제정 논의는 2000년대 들어 법안 폐기, 상임위원회 제동 등에 가로막히다 작년 3월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 국민의힘 서정석·최연숙 의원 발의로 부활했다.
같은 해 5월17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간호법안(대안)을 의결했으나 약 열흘 뒤인 26일 법제사법위원회는 법안 상정을 거부했다. 법사위 상정 거부는 이후에도 두 차례나 이어져 간호법은 190일이 넘는 기간 동안 계류 중이다.
간협은 지난해 11월23일부터 수요집회를 열고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번 부산역 궐기대회에 앞선 지난달 21일에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주최측 추산 5만여명이 모이기도 했다.
신경림 간협 회장을 포함한 임원진은 궐기대회 당시 삭발을 감행하기도 했다. 이 밖에 간협은 부산역 궐기대회 이틀 전인 지난달 30일에는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과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간협 쪽 주장의 핵심은 세계적인 추세와 지역사회 내 올바른 간호 서비스 제공이다. 여기에 간호사 처우 개선, 교육 제공 등도 간호법 제정이 필요한 근거 중 하나라고 강조한다.
간협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전문화, 세분화된 내용의 간호법을 따로 두는 게 세계적인 추세인데 우리나라에선 한국 전쟁 당시 제정된 의료법이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간호법 내용을 보면 처우 개선과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모든 지역사회에서 환자들에게 양과 질을 갖춘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간호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며 "올해 안에 정기국회를 열고 지난 대선 당시 여야 후보 모두 공통 공약으로 내걸었던 간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설치된 보건복지의료연대의 간호법 폐기 현수막. (사진=동지훈 기자)
대한의사협회(의협)를 중심으로 모인 보건복지의료연대 주장은 다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국가 중 27개 국가만 간호법을 제정했고, 나라마다 입법 형태가 달라 국내 상황과 직접 비교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간호 범위에 대해서도 간협과는 다른 의견을 펼치면서 간호법 제정 반대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간호법 철회 운동의 일환으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연속 1인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릴레이 1인시위에는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대한방사선사협회 등 보건복지의료연대 소속 13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간호법이 따로 없고, 오히려 OECD 국가 상황으로 자료를 꾸준히 냈다"며 "간협에서 주장하는 바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의료에서 간호라는 것 자체를 따로 떼서 보기 어려운데, 간호를 의료에서 분리해 전체를 규정한다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간호법 내용 중) 여러 가지 부분이 의료법과 상충돼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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