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최근 금융시장에 불필요하고 과도한 신뢰 상실이 생기면서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이상으로 올랐다고 진단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잇따라 은행권에 수신금리 경쟁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금융당국은 대출금리 상승을 초래해 취약차주의 상환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고, 시중 자금이 은행으로 몰려 자금시장이 경색되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명문으로 수신금리 인상 자제령을 내린 것이다.
심지어 금융위는 금통위 전날 금융권 자금흐름 점검·소통 회의에서 "과도한 자금확보경쟁은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이어져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업권 간, 업권 내 과당경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업권의 예·적금 금리인상 경쟁을 대놓고 저격하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은행채 발행도 축소돼 자금조달에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수신상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것까지 금융당국이 제한한다면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더구나 서민들의 대출 상환 부담이 가중된다는 이유로 업계의 대출금리 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따가운 상황에서 예대마진을 줄이기 위해서는 수신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예대금리차로 이자 장사를 한다고 비판할 땐 언제고, 이제는 예금금리가 높다고 문제라고 지적한다며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에도 금융당국의 수신 금리인상 자제령 탓에 은행들은 이전처럼 바로 예적금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눈에 불을 켜고 은행권 자금 쏠림을 주시하고 있는데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내놓고 올리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당분간 은행들은 수신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거나, 일부 상품만 올리며 서로 눈치보기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눈치보며 수신금리 인상에 머뭇거리는 것은 잠깐이다. 대출 금리인상 압박이 계속 가중되는 가운데 수신금리를 안 올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은행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8%대에 근접했고, 신용대출 총 평균금리도 6%대를 넘었다. 금리산정 지표인 코픽스(COFIX)는 지난달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은행이 채권을 발행하지 않고 수신상품 판매 이외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대출 수요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은행들은 자금을 확보해 유동성을 관리해야 한다.
자금시장 안정화를 위해 미시적 관점의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건 이해되나 금융당국의 일관성 없는 메시지와 과도한 시장 개입으로 읽힐 수 있는 입장표명은 그만둬야 한다.
이혜현 금융부 기자 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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