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창립 56년을 맞은
효성(004800)이 악화된 업황 속에 기술 혁신으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효성은 2022년 3분기 연결 매출 8686억원에 영업손실 512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효성티앤씨와 효성화학이 각각 1108억원과 1398억원 적자를 냈다. 스판덱스와 중국 수요 부진에 따른 판매량 감소,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타이어 보강재 수요 정체 등 영향이다. 효성첨단소재는 영업이익 66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2.8% 하락했다.
업황은 밝지 않다. 효성티앤씨 스판덱스는 중국 내 수요 부진으로 판매량은 물론 평균판매단가(ASP)도 줄었다. 타이어 보강재도 경기 침체로 순정(OE) 타이어 수요가 정체됐고 중국 내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교체용(RE) 타이어 수요가 줄었다. 효성첨단소재 폴리에스터(PET) 타이어코드도 OE 타이어 판매량 개선이 지연됐다.
효성 마포 본사. (사진=효성)
조현준 회장은 이달 2일 ”어떠한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언제나 승리하는 기업’, ‘백년기업 효성’을 만들어가는 데 함께 힘을 모으자“며 임직원을 독려했다. 백년기업이 되려면 위기 뒤에 찾아올 기회를 잡을 수 있게 ’준비된 자‘가 되어야 한다. 조 회장에게 준비된 자의 조건은 친환경 기술 혁신과 민첩한 대응이다.
효성은 기술력으로 ‘준비된 자’의 역량을 키우고 있다. 효성은 지난 1971년 국내 최초 민간 기업연구소인 효성 기술원을 세워 6000건에 이르는 특허 출원을 하는 등 기술경영에 매진해왔다.
대표 기술이 세계 정상을 달리는 PET 타이어코드다. PET 타이어코드는 세계 시장 점유율 45%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효성첨단소재에서 타이어코드와 스틸코드 등 산업자재가 차지하는 비중도 절대적이다. 2022년 3분기 매출 9753억원에서 타이어보강재가 596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는 55%를 차지했다.
효성첨단소재는 최근 ‘제1회 대한민국 기술혁신대상’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세계 점유율 1위인 PET 타이어코드를 생산하고 세계 4번째로 고강도 아라미드 섬유와 ‘미래산업의 쌀’로 불리는 탄소섬유를 독자 개발한 공로다. 효성은 1968년과 1978년 각각 국내 최초 나일론 타이어코드와 PET 타이어코드를 만들었다. 스틸코드와 비드와이어는 1987년 생산하기 시작했다.
친환경 기술 개발의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효성첨단소재는 친환경 소재 국제 인증인 ISCC PLUS 인증을 확보해놨다. ISCC PLUS는 유럽연합(EU) 재생에너지 지침에 맞는 지속 가능성·저탄소 제품에 대한 국제 인증으로, 효성첨단소재가 지난달 업계 내 세계 최초로 받았다.
효성첨단소재는 산업용 바이오-PET 원사와 폐 페트병에서 추출한 원료를 사용한 고강도 재활용 PET 원사를 자사 PET 타이어코드에 적용하고 있다. 바이오 기반 나일론 원사와 타이어코드 개발도 하고 있다. 효성첨단소재는 2050년까지 모든 PET 타이어코드를 친환경소재로 전환할 계획이다.
지난 3일에는 대한민국 특허기술상에서 친환경 폴리에스터 촉매인 ‘안티몬-프리’ 개발에 성공한 공로로 대상인 세종대왕상을 받았다. 폴리에스터 제품을 만들려면 유해중금속인 ‘안티몬’을 써야 한다.
효성은 2017년 중금속이 아닌 주석(Sn) 기반 촉매 개발을 시작해 2020년 기술 개발을 마치고 제품 양산에 성공했다. 효성은 2023년까지 모든 폴리에스터 섬유 제조에 안티몬-프리 촉매를 사용할 방침이다. 이 같은 계획은 PET 타이어코드와 필름, 페트병, 차량용 섬유 등 계열사 폴리에스터 기반 제품에도 적용된다.
효성티앤씨는 섬유 브랜드 ‘리젠(regen)’으로 친환경 소비를 원하는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리젠은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폴리에스터다. 재활용 나일론인 ’마이판 리젠‘도 있다. 리젠은 지난 3월부터 골프웨어 브랜드 ’고스피어‘ 제품에 쓰이고 있다. 리젠은 2022년 가을과 겨울 제품인 다운과 자켓에도 적용됐다. 리젠은 고스피어 티셔츠와 모자 제작에도 쓰였는데 2023년에는 바지와 원피스 등으로 범위가 확대된다.
효성티앤씨는 옥수수를 원료로 한 스판덱스 섬유 ’크레오라 바이오베이스드’도 갖고 있다. 스판덱스 재료 중 석탄에서 추출하는 원료 일부를 미국 농무부 바이오 인증을 받은 옥수수에서 추출한 원료로 대체해 만든 바이오섬유다.
조 회장은 창립 기념사에서 “글로벌 고객사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며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를 절감했다“며 ”친환경 기술과 제품, 생산공정 등을 통해 인류의 미래에 기여하지 못하는 기업은 앞으로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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