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발생한 카카오의 서비스 장애는 우리의 일상이 카카오에 얼마나 크게 의존하고 있었는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국민 메신저'라는 칭호가 붙은 카카오톡은 물론, 택시·대리운전 중개 플랫폼 '카카오T', 온오프라인 결제 플랫폼 '카카오페이' 등이 마비되면서 사람들은 큰 혼란과 불편을 겪었다.
그런데 그 이후 사태를 수습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요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그 시작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카카오의 서비스 복구 상황을 매일 아침 재난문자로 실시간 전달한 것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서비스라는 점이 고려됐지만 어쨌든 카카오는 하나의 민간 기업일 뿐이다. 이를 대체할 만한 서비스가 충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의 불편만 감수하면 될 일이다. 같은 이치대로라면 지난 31일 밤부터 약 8시간 동안 로그인 장애 등을 일으켰던 인스타그램에 대해서도 안내 문자를 보냈어야 했다. 인스타그램 역시 월간 활성이용자 수(MAU) 1000만을 웃도는 메이저 소셜네트워크(SNS) 애플리케이션이자 안정적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는 부가통신사업자 관리대상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자율규제로 선회했던 플랫폼 규제론도 다시금 힘을 받고 있다. 급기야는 실질 이용자 수가 1000만이 넘는 플랫폼을 일제히 규제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이 발의할 것으로 알려진 '온라인 플랫폼시장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기본법' 제정안에 따르면, MAU가 1000만 이상이거나 이용 사업자가 2만명 이상인 플랫폼을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지배적 플랫폼 중개사업자'로 지정한다. 시장지배적 플랫폼으로 규정되면 자체 브랜드 상품이나 서비스를 자사 플랫폼에서 판매할 수 없으며 공정위 내 신설되는 플랫폼시장감독국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MAU 1000만을 기준으로 한다면 네이버, 카카오는 물론 쿠팡,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토스, 티맵 등 현존하는 주요 플랫폼이 모두 규제 대상이 된다.
이 법안이 현실화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플랫폼 업계에서는 "몰라도 너무 모르는 얘기"라고 입을 모은다. 플랫폼 경제는 기본적으로 '플랫폼'에 사람을 모아두는 것에서 출발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사람이 모이면 그제서야 수익 모델을 가동한다. 독과점 논란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플랫폼들이 수익을 내는 가장 쉬운 방법이 수수료이기 때문에 이해관계자 간의 상생 이슈에서 자유롭기가 어렵다. 플랫폼 참여자들과 플랫폼 운영자 모두가 이득을 얻을 수 있도록 유도를 해야지 잡음이 있다고 독과점 규제를 외쳐서 될 일이 아니다. 민간의 역량을 기반으로 한 혁신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겠다고 약속했던 현 정부의 철학과도 맞지 않다.
정부는 심야 택시난이 가중되자 '타다금지법'을 도입한 지 약 2년반만에 타다·우버 모델을 부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자기 부정을 했다. 플랫폼 경제의 반작용을 막겠다고 규제를 남발한다면 이 같은 자기 부정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김진양 중기IT부 기자(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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