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정부 보조금 100%를 받을 수 있는 5500만원 미만 전기차가 품귀현상으로 귀한 몸이 됐다.
차를 구매하려면 최소 1년은 기다려야 되고 일부 모델은 대기자가 많아 계약을 중단되기까지 했다. 대중 모델 전기차 구매 희망자가 크게 늘어났지만 반도체 등 부품 수급난으로 생산이 어려워지면서 공급과 수요 불균형이 심화된 영향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11월 기준
현대차(005380) 아이오닉 6는 출고까지 18개월 이상 걸린다. 아이오닉 5는 12개월 이상으로 비전루프 및 19인치 휠 선택시 추가로 납기가 지연된다.
기아(000270) EV6 역시 14개월 이상, 니로 EV는 10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네 차종 모두 출고가가 보조금 100% 상한선인 5500만원 미만부터 시작한다. 국고보조금 최대 600만원(인센티브 제외)에 지자체별 보조금까지 더하면 40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급의 내연기관 모델 대비 가격이 크게 차이나지 않아 보조금 100%를 받는 전기차는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 아이오닉 6.(사진=현대차)
출고가 5490만원인 폭스바겐 ID.4도 구매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9월 출시된 ID.4의 사전계약대수는 3500대다. 올해는 1300대만 인도된다. 지금 계약하면 최대 2년까지 기다려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대기자가 너무 많다 보니 계약 자체를 받지 않는 영업점도 있다.
대다수 모델이 지차제 보조금이 소진되는 내년 말 이후에나 출고가 가능한 상황이어서 보조금 수령 여부도 불확실하다. 전기차의 경우 보조금을 받고 출고하려면 대기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차량이 확보돼도 신청할 수 있는 보조금이 남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확대로 반도체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카메라 렌즈, 엔진컨트롤유닛(ECU), LCD 패널 등 모두 반도체가 포함되는 부품이어서 반도체 없이 차를 생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내연기관차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차랑 한 대에 200~300개 수준이지만 전기차는 500개, 자율주행차는 2000개가 넘는다.
2020년 말부터 시작된 차량용 반도체 이슈는 적어도 올해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글로벌 자동차 생산 차질 규모는 1015만대 수준으로 예측된다. 반도체 부족 현상은 내년까지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내년 정부가 세운 전기차 보급 목표 달성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정부는 전기차 승용차 구매보조금액을 대당 6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줄이되 지원 규모는 올해 16만5000대에서 내년 21만5000대로 확대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수급난에 이어 전기차 보조금까지 소진되면서 내년 3월까지 전기차 시장이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출고 전쟁과 반도체 수급난으로 전기차 보조금이 실제 어떤 회사로 또 어떤 자동차에 많이 몰릴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보조금이 남는 지역과 조기 소진되는 지역을 통합해서 환경부 보조금을 늘리고 지자체 보조금을 줄이면 전기차 보급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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