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수연기자] 회사원 박모씨는 최근 중학교 1학년인 아들의 지난 8월 휴대폰 요금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기본료 월 2만8000원짜리 청소년요금제에 가입한 아들의 휴대폰 요금으로 43만원이 부과된 것이었다.
정보이용료로 23만8840원이, 타통신사정보이용료로 10만원 가량이 과금됐다.
박씨는 청소년요금제는 당연히 사용량이 일정 정도 되면 이용이 제한됐을 것이라 생각했을 뿐더러, 미성년자인 자녀가 어떻게 부모 동의 없이 결제를 할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고객센터를 찾아 상세내역서를 요청해 살펴봤더니, 국내 게임업체의 모바일 게임과 ‘매직엔’ 등을 이용하면서 100~200원씩 결제한 건수가 무려 수천여건이 됐다.
KT(030200)가 제공하는 ‘완전자유존’에서는 금융, 교통, 만화 등의 정보와 서비스를 추가 부담금 없이 이용할 수 있다고 해, 월 1만원짜리 데이터요금제에도 가입했지만, 완전자유존에서 유료콘텐츠들로 넘어가면서 과금이 됐다.
특히 스팸문자를 통해 연결된 성인콘텐츠 결제 금액도 9만원 이상이 됐다.
그러나 KT 고객센터는 “과금이 될 때 휴대폰 사용자에게 분명 경고를 했고, 일정 요금 이상 자녀가 통신비를 못쓰도록 부모가 신청할 수도 있었는데 하지 않았기 때문에 통신사는 잘못이 없다”는 태도였다.
박씨는 “가입 당시 이런 사안에 대해 고지를 받지 못했을 뿐더러 인터넷도 청소년이 유료 서비스를 결제할 때는 부모 확인을 받도록 돼 있는데 미성년자가 수천 건을 휴대폰으로 결제하는 데 어떻게 부모에게 문자나 전화 한통 없을 수가 있냐”며 “유료 콘텐츠들도 버젓이 ‘프리만화’라는 식으로 눈속임을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런 일이 벌어진 건 KT가 이동통신 3사 중 가장 늦게 지난 8월에야 청소년의 과도한 정보이용료에 대한 안전장치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017670)의 경우 이미 지난 2007년 12월부터 청소년요금제에 가입하면 ‘팅부모안심서비스’에 자동 가입돼, 가입 고객이 사용 가능 금액에 도달하면 추가적인 정보이용료가 발생하지 않도록 데이터서비스 접속이 중단되도록 했다.
LG(003550)유플러스도 지난 2008년 이후부터 청소년요금제에 가입하면 의무적으로 정보이용료 한도를 3000원, 1만원, 2만원, 3만원 중에 선택해야만 한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청소년요금제를 사용하는 고객의 95% 정도가 이용한도를 3000원으로 하고 있어 요금이 과도하게 부과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KT는 지난 8월에서야 정보이용료 한도를 3000원, 1만원, 2만원, 3만원으로 제한하는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고객이 선택하도록 했다.
KT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의무 가입은 아니었지만 정보이용료 한도를 제한하는 서비스는 과거에도 시행하고 있었다"며 "의무화하지 않았다고 통신사에게 책임을 돌리는 건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방송통신위원회도 이번 사안에 대해 '통신사 책임이 아니다'고 판단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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