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최대 빅딜로 예측됐던
삼성전자(005930)의 영국 팹리스 업체 ARM 인수가 사실상 안갯속으로 사라진 가운데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통합 솔루션 팹리스’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삼성전자는 5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삼성 테크 데이 2022’를 개최했다고 6일 밝혔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제품 간 시너지 극대화를 통해 ‘통합 솔루션 팹리스’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팹리스는 반도체 설계에 특화된 기업으로 이 설계를 바탕으로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기업이 파운드리다. 1987년 설립된 대만의 TSMC가 최초의 파운드리 회사로 시장점유율 50%대로 세계 1위이며, 16%인 삼성전자가 그 뒤를 쫓고 있다.
ARM은 2016년 7월 소프트뱅크가 약 310억달러(약 40조원)에 인수했다. 전세계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 설계 90%가 ARM에서 만들어진다.
테크데이에서 삼성전자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시스템온칩(SoC), 이미지센서, DDI, PMIC 등 약 900개의 시스템 반도체를 기반으로 제품 기술을 융합한 ‘플랫폼 솔루션’으로 고객 니즈에 최적화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은 “사물이 사람과 같이 학습과 판단을 해야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인간의 두뇌, 심장, 신경망, 시각 등의 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질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SoC, 이미지센서, DDI, 모뎀 등 다양한 제품의 주요 기술을 유기적으로 융합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는 ‘통합 솔루션 팹리스’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5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테크 데이 2022'에서 시스템LSI사업부장 박용인 사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SoC는 컴퓨터 속 마더보드에 꽂혀 있던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분업화된 많은 기능이 칩 하나로 통합된 것이다. DDI와 PMIC는 전력반도체, 전자기기에서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전압과 전류를 조정·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이날 삼성전자는 신경망처리장치인 NPU, 모뎀 등으로 주요 IP 성능을 향상시켜 초지능화, 초연결성, 초데이터라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요구되는 최첨단 시스템 반도체도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차세대 차량용 SoC ‘엑시노스 오토 V920’, 5G 모뎀 ‘엑시노스 모뎀 5300’, QD(퀀텀닷) OLED용 DDI, 모바일에서 두뇌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 2200’ 등도 공개했다.
또 5세대 10나노급(1b) D램, 8·9세대 V낸드를 포함한 차세대 제품 로드맵을 공개하며,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수성 1위도 지켜나간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023년 ‘5세대 10나노급 D램’을 양산하고, 하이케이 메탈 게이트(High-K Metal Gate) 공정 등 새로운 공정 기술 적용과 차세대 제품 구조를 통해 공정 미세화 한계를 극복할 계획이다.
V낸드에 있어서는 2024년 9세대를 양산하고, 2030년까지 1000단을 개발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는 세계 최고 용량의 8세대 V낸드 기반 1Tb TLC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025년 차량용 메모리 시장에서도 1위를 하겠다는 목표도 이날 공개했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은 “삼성전자가 약 40년간 만들어낸 메모리의 총 저장용량이 1조 기가바이트를 넘어서고, 이중 절반이 최근 3년간 만들어졌을 만큼 우리는 급변하는 디지털 전환을 체감하고 있다”라며 “향후 고대역폭, 고용량, 고효율 메모리를 통해 다양한 새로운 플랫폼과 상호진화하며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4일 삼성전자 서초 사옥에서 ARM의 최대 지분을 소유한 소프트뱅크그룹 손정의 회장을 만났지만 ARM 지분 매각 등 구체적인 내용은 오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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