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의 도약이 주목된다. 한국의 대표적인 방산업체인 한화는 최근 대우조선해양을 사실상 인수하면서 해군쪽 방산에 힘을 더했다.
그동안 육군과 공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해군 분야가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은 한화였지만, 잠수함과 함정 건조에서 일가견이 있는 대우조선해양을 품에 안게되면 명실상부한 육·해·공을 아우르는 토탈 방산기업으로 발돋움한다. 여기에 한화는 누리호의 ‘심장’이라고 할수 있는 75t급 액체로켓엔진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통해 제작할만큼 우주로켓 분야에도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어 육해공을 넘어 우주까지 가는 길을 확보한 상태다.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재수’다. 14년전인 2008년 김승연 회장 주도로 인수를 추진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등 대내외 여건 악화로 무산됐다. 일각에서는 김승연 회장의 14년만의 결단을 지목하기도 하지만, 눈여겨 볼 점은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그룹 부회장이다.
한화그룹의 근간이자 주축인 방산사업은 올해부터 김동관 부회장이 컨트롤하고 있다. 2010년 한화그룹에 입사한 뒤 2015년 태양광 사업을 맡은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큐셀의 적자행진을 끊고 흑자전환에 성공시키며 경영자적 자질을 드러냈다.
2020년 9월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 뒤 2022년 8월에는 한화그룹 부회장을 맡으며 한화솔루션과 한화 및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로 겸해 본격적인 방산부문에도 뛰어 들었다.
세간에서는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김동관 부회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래의 먹거리 창출과 한화의 도약을 위해 김 부회장이 아버지를 적극 설득했다는 것이다.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 가운데 속 썩인 적도 없고, 장남의 무게를 잘 견뎌내며 현재 재계 7위(공기업 제외)의 그룹을 순탄하게 이끈다는 평가다.
따지고 보면 김승연 회장도 ‘위기상황‘에서 그룹을 책임졌다. 1981년 창업주 김종희 전 회장이 지병으로 급작스럽게 세상을 뜨면서 29세라는 나이에 당시 한국화약그룹’ 총수로 취임했다.
‘왕관의 무게’를 견디기 힘들었을 법도 하지만, 63빌딩으로 대표되는 신동아그룹 계열의 대한생명을 인수(현재 한화생명)하는 등 숱한 M&A(인수합병)을 통해 그룹의 외형을 넓히고 체질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기업은 미래를 만들지 못하면 순식간에 도태된다. 계열사 사장 등 전문경영인이 현재 실적유지와 단기적인 성장에 집중한다면 그룹 오너는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한화는 에너지 분야에서 태양광 등에 역량이 돋보이고, 빛을 발하는 K방산도 덩치를 키우며 미래 먹거리 창출에 온 힘을 쏟아붇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동관 부회장의 역할이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보통 아버지가 뛰어나면 자식은 후광에 눌려 그늘에서 헤매는 경우가 많다. 대다수 아버지는 ‘부모보다 나은 자식’을 바라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세상사다.
김동관 부회장이 ‘부모보다 나은 자식’이 될 수 있을까. 싹수는 보이는 듯 하다. 한화의 도약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오승주 산업1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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