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장세를 이어오던 국내증시가 9월 마지막 거래일 미국 증시에 급락 소식에도 선방하면서 증시 저점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바닥이 잡혀야 반등의 실마리가 풀리는 만큼 저점이 잡히는 것은 중요하다. 증시 전문가들 대부분이 현재 시장의 성격이 아비규환적인 비이성적 투매 즉, 패닉셀에 의한 것이라고 규정한 만큼, 투자자들 모두 냉정과 이성을 되찾을 때다.
올해 국내 증시는 하락률로 글로벌 상위권 수준이다.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을 포함한 세계 41개 주요 지수 가운데 올해 코스닥 지수가 40번째로 많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코스피는 36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코스닥은 올해 34.83%, 코스피는 27.15% 내렸다. 심지어 코스닥 지수는 러시아RTS 지수(-32.66%)보다도 부진한 성과를 기록했다. 이를 두고 일부 투자자들은 "전쟁 중인 러시아 보다도 많이 하락했다고 하면, 러시아가 전쟁을 치르는 것이 아닌 우리가 북한과 전쟁 중인가"라는 자조적인 목소리를 내놓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3분기의 끝자락인 9월 마지막 거래일의 국내 증시는 반갑다. 연저점을 딛고 장중 밑꼬리를 달고 낙폭을 축소한 코스피의 흐름이 기특하다. 여전히 하락에 대한 우려가 팽배하지만,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현재 과매도 국면인 주식시장은 늘 그렇듯이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주요 증권사는 코스피 바닥을 2100선으로 제시 중이다. 과거 급락장이 벌어졌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미증유의 코로나 사태 때의 역사적 저점을 근거로 뽑아낸 바닥선이다. 물론 이보다 더 밀릴 수도 있다. 하지만, 신이 아닌 인간이기에 정확한 바닥을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적정 수준에서 분할 매수로 대응할 구간은 반드시 오게 돼있다. 그 구간의 시작이 2100선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현재 시장 분위기에서 올바른 판단일 것으로 보인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작년 대비 약 50조원 가량의 이익 훼손이 발생하는 보수적 시나리오를 반영한 지수가 2050선"이라며 "국가별 부채 위기가 아니라면 현 수준에서 주식시장의 추가 급락은 과매도 영역"이라고 말한 바 있다.
1990년 이후 코스피 지수의 고점대비 하락률을 보면 △1997년 외환위기 -73% △2000년 닷컴 거품붕괴 당시 -52% △2008년 금융위기 -49% 등이다. 역대 4위 하락률은 2022년 금리인상기로 고점 대비 현재까지 -35%를 기록 중이다. 2020년 코로나19(COVID-19) 창궐 때 고점대비 하락률은 -32%로 역대 5위수준이다. 이번 급락의 위기가 금융시스템·부채 위기가 아닌 것이 확실하다면 증시는 이미 바닥권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이제 10월이다. 10월은 단풍의 계절이다. 알록달록 단풍은 형형색색의 붉은 색깔을 띄는 것으로 상징된다. 주식시장은 빨간색을 좋아한다. 단풍의 절정기는 10월 중순부터 시작된다. 단풍이 절정을 맞이하는 시점까지 주식시장이 안정을 찾고 빨갛게 물들어가길 바란다.
최성남 증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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