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국민들이 반도체가
‘어디에 쓰는 물건
’인지도 모르던
1983년
. 삼성전자가
64KD램을 세계에서
3번째로 생산해 냈다
. 요즘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1만원 안팎에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USB에 담겨 문 앞까지 배달되는
64GB램이 아니다
.
64KD램은 손톱크기 칩 속에 6만4000개의 트랜지스터 등 15만개의 소자를 800만개의 선으로 연결해 ‘8000자의 글자’를 기억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64KD램을 만들기까지는 길게 보면 10년이 걸렸다. 1974년 한국반도체 인수로 반도체 사업에 첫 걸음을 떼고, 1983년 고 이병철 회장의 ‘도쿄선언’으로 반도체 사업을 본격화 하면서 64KD램을 개발했다. 당시 한국의 64KD램 개발은 ‘동네 철공소에서 완벽한 F16전투기 제작’에 비유됐다.
이후 반도체는 근 40년 동안 지금까지 한국을 먹여 살리는 대표상품이 됐다. 한국은 반도체 업계에 여러 부침이 있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메모리분야 세계 1, 2위 반도체 강국이다.
반도체는 한국의 전체 수출 가운데 20% 가량을 차지한다. 외화를 벌어들이는 기여도뿐 아니라 고용과 조세부담 등 파급효과까지 감안하면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그런데 이런 반도체 수출이 주춤거린다. 2022년 8월 무역수지는 94억7000만달러(약 12조8000억원) 적자로 무역통계 작성 이후 월 최대다. 4월부터 다섯달 연속 적자다.
글로벌 금융위기 한파가 닥쳤던 2007년 12월~2008년 4월 이후 14년 만이다. 올해 8월까지로만 따지면 8달 동안 누적 무역적자는 247억3000만달러(약 33조5000억원)다. 연간 적자 규모는 이미 1996년(206억달러)을 넘어 최대 기록을 예약했다.
8월 무역적자가 월 최대를 기록한 데는 반도체 수출이 역성장으로 돌아선 탓이 크다. 반도체는 경기와 기술력에 민감한 품목이다 보니 사이클 변화가 변화무쌍하지만, 올해 하반기 들면서 ‘하락 신호’가 두드러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월 반도체 수출이 26개월 만에 역성장(7.8% 감소)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8월 말 기준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이 각각 2개월과 3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다고 발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반도체 재고는 1년 전보다 80% 증가했다. 올해 1분기 3.41달러였던 반도체 D램 가격은 4분기엔 2.5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는 반도체에 의존한 지 40년이다. 그동안 ‘효자’가 앞으로도 ‘효자’일 것은 분명하지만, 문제는 반도체 이후 한국을 먹여살릴 ‘킬러 상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기흐름에 민감한 반도체가 힘겹게 되면 한국 수출도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반도체를 대체할 ‘제2의 반도체’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AI(인공지능), 자율주행 등이 미래를 먹여살릴 ‘꺼리’로 꼽히지만, 한국만의 미래 주력상품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반도체 업계도 고민하겠지만, 정부의 미래를 바라보는 안목과 식견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기업도 기업이지만, 40년을 먹여살릴 한국 대표상품이 무엇인지를 정부가 앞장서 고민해 주기를 기대한다.
오승주 산업1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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