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서울시가 심야 택시 승차난을 해결하기 위한 요금인상 계획을 발표하자, 새벽시간 택시 탑승이 잦은 2·30대 시민들이 평소 이용해 오던 택시 이용량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심야 택시 승차난 해소를 위한 요금안'을 전날 발표했다. 요금안을 보면 서울택시 기본 요금이 현재 3800원에서, 내년 초 4800원으로 오를 예정이다. 기본거리도 현행 2㎞에서 1.4㎞로 축소할 계획이다.
또한 현행 자정부터 오전 4시까지인 심야할증 시간도 밤 10시부터로 변경해 2시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로 일률 적용됐던 심야 할증요율은 20~40%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에 서울 시민들은 과도한 인상폭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날 오후 서울시 중구 서울역 근처에서 만난 20대 여성 박모(서울 서대문구)씨는 "기존에 필요할 때를 제외하고는 택시를 잘 이용하지 않는 편"이지만 "택시비가 갑자기 오르면 더 탑승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인천 주민 한선희(31)씨도 "기본요금 1000원 인상에 대한 부담이 있다"면서 "택시 기사들만 특별히 기름값, 가스값 인하 같은 혜택을 제공 했으면 택시대란 해소방안에 대해 더 이해가 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중교통이 끊기는 시간까지 근무해 택시 이용이 빈번하다는 박주현(30)씨는 "월급은 그대론데 물가상승률이 빨라 절약한다는 마음으로 택시 이용 횟수를 확실히 줄일 것 같다"고 답했다.
자택은 경기도 안양시지만, 서울이 가까워 자주 온다는 김민지(28)씨도 "단순한 택시비 인상과 택시 대란 해결 간의 큰 상관관계는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며 "오히려 시민들의 반발심만 불러 일으켜 양측 모두에게 좋은 해결방안이 되지 않을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 살고 있는 문 모(29)씨 역시 "전반적으로 물가가 급상승해 지출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이런 고물가 시대에서 택시요금까지 오른다면 더욱 이용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법인 택시 기사들에 대한 처우 개선에는 동의하지만, 심야시간 확대와 높은 할증요율은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마포구 공덕동에 거주하는 전 모(26)씨는 "할증시간을 10시부터라고 잡는 건 좀 심한 것 같다고 생각한다"면서 "밖에서 저녁 약속이 길어지면 보통 10시에 귀가하는데 할증율을 최대 40% 증가는 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꼴"이라고 지적했다.
관악구 삼성동에 거주중인 정 모(30)씨도 "술을 마시고 집에 일찍 들어가거나, 할증 시간이 끝난 후 새벽 늦게 가는 방법밖엔 없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노원구 상계동에 살고 있는 조용만(31)씨는 “10시 이후에 귀가할 때 이동수단이 택시밖에 없다면 타겠지만, 버스랑 지하철이 있는 시간이라 심야시간 요금을 부과할 경우 오히려 버스랑 지하철을 타려고 더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이라는 허인행(25)씨는 "법인택시 회사에서 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하지 않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같다"면서 "단순히 택시비 인상으로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택시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불만만 키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영등포구 영등포동에 사는 고 모(34)씨는 "택시기사분들의 경제적인 여건이 나아지길 바라지만, 요금인상과 관련해 충분히 공론화해 시행하면 좋겠다"고 답했다.
서울시는 오는 5일 요금 조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공청회 이후 마련된 수정안은 서울시의회 의견청취·물가대책위원회 결정을 거치고 최종 확정된다.
서울시가 심야 택시 승차난을 해결하기 위해 요금인상 추진계획을 발표하자, 새벽시간 택시 탑승이 잦은 2·30대 시민들이 평소 이용해 오던 택시 이용량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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