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치솟는 환율에 완성차 업계와 부품업계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수출비중이 높은 완성차 업계에는 호재지만, 원자재를 해외에서 달러로 구입해야하는 부품업계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년 4개월만에 1350원을 넘어서는 등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행보에 달러화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기아 EV6 생산 라인 (사진=현대차그룹)
당장 수출 기업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증가하게 되면 매출이 증가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현대차(005380)는 고환율 등의 이유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3조 원에 육박했고,
기아(000270) 역시 최초 2조 원이 넘는 분기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대내외 악재로 차량 출고가 지연되는 상황에서도 이 같은 호실적을 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다만 원·달러 환율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무조건 완성차 업계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다. 완성차 업계의 수출이 주요 매출이긴 하지만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 각 국가별 해외법인을 통해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해당 국가의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그 만큼 매출도 줄 수 있다.
자동차 부품업계의 상황은 좋지 않다. 자동차 부품용 원자재를 해외에서 달러로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환율이 올라가면 그만큼 부품을 만들기 어렵다.
환율상승과 수입물가 상승은 결을 같이한다. 대기업의 경우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고환율에 따른 피해를 상쇄할 여력이 있지만, 원자재·중간재를 수입해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사업비용이 늘어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완성차 업계에서 수출로 인한 이득이 더 남을 것"이라며 "다만 3차, 4차 부품 업계의 경우 수입 가격에 대한 압력이 더 가중된다고 볼 수 있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부익부 빈익빈이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환율 급등에 따른 피해유형으로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비용 증가(78%)'가 가장 많았다. 이어 '물류비 가중으로 인한 부담 강화(43.2%)' '거래처의 단가 인하 요구(20.0%)' 등의 순이었다. 이는 자동차 부품업계의 악재라고 볼 수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시장 조사 전문기간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상승에 따른 수익성 급감하는 업계는 자동차 부품의 영업이익이 가장 큰 폭으로 하락 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주요 업종별로는 △자동차 부품 -11.8% △석유화학·제품 -11.6% △바이오헬스 -11.0% △일반기계·선박 -7.0% △전기전자 -4.8% △철강 –4.4% 순으로 자동차 부품의 하락폭이 가장 컸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최근 국내기업들은 국제원자재 고공행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인해 매출이 감소하고,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주요 원자재 관세 인하, 법인세 감세 등으로 기업들의 비용부담을 경감시켜주는 한편, 해외자원개발 등 원자재 수급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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