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남 증권팀장
금융감독당국이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우선적인 대상은 국내 공매도 시장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외국계 증권사다.
금감원은 최근 국내 공매도 규모 1위인 모건스탠리에 대한 수시 검사에 돌입했다. 금감원은 모건스탠리와 공매도 비중이 비슷한 메릴린치 역시 수시 검사를 진행한다.
공매도 관련 검사의 강화는 그동안 지적된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공매도 제도 개선에 앞서 우선적으로 불법적 사례의 실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인식에 근거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투자전략이기 때문에 공매도 투자자는 주가가 낮아져야 이득을 본다. 때문에 국내 개인투자자는 그동안 꾸준히 공매도 제도와 그 투자자(주로 외국인과 기관)를 주가 하락의 주범으로 지적하며 제도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특히, 지난번 일부 국내 증권사의 과징금 처분 대상이었던 무차입 공매도는 그 자체로 불법이다. 이번 외국계 증권사 조사에서도 무차입 공매도가 상당 부분 밝혀질 지 주목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불법 공매도) 실태 점검은 취임하자마자 준비 중이었다"고 말하며 "주식 하락 국면에 공매도가 집중된 기관·증권사에 대한 실태 점검 및 검사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때문에 이번 공매도 조사 발표는 당국이 지난달 발표한 '불법 공매도 적발·처벌 강화 및 공매도 관련 제도 보완 방안'의 후속 조치로 해석된다. 특히, 검찰 출신 금감원장이 강력한 문제 의식을 기반으로 조사를 지시한 만큼 시장의 파급력은 클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도 이번 조사의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조사의 결과물이 미진하거나 실제 관련 혐의자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등이 수반될 경우 오히려 개인투자자와 시장 참여자의 역풍을 맞을 수 있어서다. 특히, 이번 조사에 포함된 외국계 증권사 중에서 공매도 물량 1,2위를 차지하는 모건스탠리와 메릴린치의 경우 그동안 개인들 사이에서 공매도 '저승사자'로 불렸던 만큼 조사 결과가 주목되는 증권사 창구이기도 하다.
최근 한달 사이 국내 공매도 시장에서 외국계 증권사의 공매도 거래 비중은 압도적이다.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외국인 공매도 비중은 72% 가량이며, 이중 모건스탠리와 메릴린치의 비중은 45% 가량으로 절반을 넘는다. 나머지 비중은 국내 기관이 25%, 개인이 3%를 차지한다.
시장에서는 금융감독당국의 강력한 공매도 조사를 두고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으로 해석한다. 전쟁은 결과로 말을 한다. 패배를 염두해 둔 전쟁은 없다. 승자와 패자가 명확하게 구분된다. 때문에 전쟁에는 명분이 필요하다. 명분이 없는 전쟁은 없다. 금융감독당국이 공매도 세력에 칼을 들이댄 만큼 문제가 이미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동안 꾸준히 지적된 불법 공매도를 비롯해 공매도를 이용한 불법적인 시세 조작 등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나길 바란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 충분한 명분이 되기 위한 이번 조사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다.
최성남 증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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