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계 최대 이슈는
200억대 제작비가 투입된 텐트폴 영화 한 편이
‘역바이럴
’ 타깃에 걸려들었냐 아니냐는 것이다
. 역바이럴이란
‘바이럴 마케팅
’ 반대 개념을 위해 만들어진 말로
, 실제 사용되는 용어는 아니다
. 흔히 말하는
‘입소문
’ 정도로 해석해도 큰 무리는 없다
. 다만 나쁜 입소문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
사실 이 논란에 대한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관객은 자신이 관람한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얼마든지 그 견해를 오픈 창구를 통해 밝힐 수 있다. 문제는 진짜 관객들의 순수한 입소문이 아닐 때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문제는 크다. 한국 영화 산업 약점이 노출된 셈이기 때문이다.
2020년 3월 이후 현재까지 국내 영화 산업은 여전히 ‘시네마 펜데믹’ 상황이다. 일부는 사실상 ‘시네마 엔데믹’이 왔다고도 한다. 극장에 몰리는 관객이 그것을 증명 한단다. 지난 5월 개봉한 ‘범죄도시2’가 1269만을 끌어 모았고, 6월 개봉한 ‘탑건: 매버릭’도 775만을 기록 중이다. OTT의 플랫폼 공세, 관객들의 소비 심리 패턴 변화, 영화관 관람료 상승에 따른 관객 응집 효과 저하 등 다양한 잣대를 들이대며 머리 굴려 배급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이제 “볼만한 영화는 관객들이 영화관을 찾아온다”는 공식이 확인된 것 같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꿈 깨야 할 판이다.
시네마 엔데믹 최종 관문은 올 여름 시장, 즉 7~8월 극장가 ‘빅4 흥행 대전’이었다. ‘한산: 용의 출현’ ‘헌트’가 나름 선전 중이지만 시네마 엔데믹을 논할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역바이럴이란 기형적 행태의 포지셔닝이 뚫고 들어 왔단 논란이 확산 중이다. 사실일 경우 사안은 심각해진다.
시네마 팬데믹 이전엔 배급사의 물량 공세와 교과서적 홍보 마케팅으로도 국내 영화 시장 ‘커버’는 가능했다. 언론과 일반 관객 시사회, SNS를 통한 입소문 마케팅도 체크포인트 가운데 하나였지만 모든 걸 넘어선 배급의 물량 공세가 막강한 힘을 과시했다. 소비(관람)를 위해 유일한 플랫폼(영화관)이 진열해 놓은 상품(영화) 안에서 선택의 폭을 줄여야 했기에 입소문을 통한 바이럴 마케팅은 사실 그렇게 큰 힘을 발휘 하진 못했다. 그렇기에 최근 논란에 대해 영화계 전체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진실의 실체는 누구도 모른다. 진실과 별도로 문제가 되는 건 지금 영화계를 뒤숭숭하게 만드는 이 현상, 그 자체다. 역바이럴 자체도 문제지만 그것이 뚫고 들어올 수 있을 만큼 허술한 빗장을 채우고 있었던 시장 자체도 자세를 고쳐 앉아야 한다.
역바이럴에 쉽게 무너질 시장이라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상상을 넘어선 결과물을 연이어 쏟아내던 대한민국 영화 산업도 결국 ‘모래 위의 성’이었 단 얘기가 된다. 그렇게 되면 결국 남게 될 가능성은 글로벌 OTT플랫폼의 제작 하청업체로 전락한 도구로서의 쓰임 뿐이다.
어쩌면 다행일 수도 있다. 적어도 ‘이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이번 논란을 통해 인식하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 시장이 안고 있던 약점을 점검할 기회가 됐다.
한 편의 영화가 정말 역바이럴 타깃이 됐을까. 알 수 없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사실이라면 그 타깃이 영화 시장 전체가 되지 말란 법 없다. 어쩌면 이 시장, 이미 걸려든 상태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반드시 막아야 한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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