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검사의 수사 개시 규정을 개정하는 것은 국회 입법 기능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는 야당의 비판에 정면 반박했다.
한 장관은 12일 낸 설명자료에서 “정부는 국회에서 만든 법률에 정해진 대로 시행하겠다는 것이고 그 시행기준을 자의적이지 않게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시행령을 개정해 정하겠다는 것”이라며 “시행령은 국회에서 만든 법률의 위임범위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날 한 장관은 시행령인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발표했다. 이 개정안에는 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 중 일부를 부패·경제 범죄로 정의해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 검찰청법은 오는 9월10일부터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를 부패·경제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중요 범죄로 제한했다. 기존에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가 대상이었으나, 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검찰개혁을 밀어붙이면서 수사 범위를 대폭 줄였다.
이때 개정 검찰청법에 적시된 ‘등’과 ‘대통령령이 정하는 중요 범죄’라는 문구가, 검사의 수사범위를 넓힐 수 있는 근거가 됐다. 법무부는 무고와 도주, 증거인멸, 범인은닉, 위증 등 사법질서 저해 범죄 등을 중요 범죄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부패범죄와 경제범죄의 범위는 확대됐다. 공직자범죄 중에서는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허위공문서 작성 등이 엮여있는 범죄가, 선거범죄 중에선 매수·이해유도와 기부행위 등이 부패범죄로 분류됐다. 법무부는 마약류 유통 관련 범죄와 경제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범죄도 경제범죄에 포함시켰다.
이 같은 시행령 개정이 검사 수사범위를 줄이려는 상위법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일자 한 장관이 직접 반박에 나선 것이다.
한 장관은 “'시행령 정치'나 '국회 무시' 같은 감정적 정치 구호 말고, 시행령의 어느 부분이 법률의 위임에서 벗어난 것인지 구체적으로 지적해달라”며 “’~등 대통령령에서 정한 중요 범죄’라고 국회에서 만든 법률 그대로 시행하는 것인데 어떻게 국회무시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정부는 국회에서 만든 법에 정한 대로 시행령을 만든 것일 뿐”이라며 “정부의 기준은 중요 범죄를 철저히 수사해 국민을 범죄피해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또 “정부가 범죄 대응에 손을 놓고 있으면 오히려 직무유기”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서민 괴롭히는 깡패 수사, 마약 밀매 수사, 보이스피싱 수사, 공직을 이용한 갑질 수사, 무고 수사를 왜 하지 말아야 하느냐”며 시행령 개정은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시행령 개정이 전 정부 인사 등 특정 정치인 수사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혹에는 “시행령 개정은 내달 10일 이후 수사가 개시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며 “이미 수사가 개시된 특정 정치인 관련 사건 등은 적용 대상이 아니고 이 같은 주장은 명백히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1일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검사의 수사개시 규정과 관련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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