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그래서 아직도 ‘우영우’는 착합니까?
2022-08-03 00:01:01 2022-08-03 00:01:01
지난주 드라마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연출자·작가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아빠로서 드라마 본방 사수 중이라 당연히 참석했다. 대본을 쓴 문지원 작가는 이전에도 발달장애인이 주인공인 영화증인을 썼다. 그의 펜은 영화에서 드라마를 거치며 더욱 섬세해졌다. 공부한 흔적이 드라마 곳곳에 보였다. 그래서 더 만나고 싶었다. 발달장애인 삶에 관심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궁금했다.
 
하지만 의외였다. 작가가증인을 거쳐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까지 발달장애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유, 단순히흥미였단다. 창작자로서의 호기심, 그것이 이유의 전부였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고마웠다. 소외된 사회적 약자를 드라마 주인공으로 부각시킨 것 자체가 감사했다. 다른 사람들은 재미있게 보고 말겠지만 자식이 발달장애인인 난 고맙고 감사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작가와 연출자의 여러 얘기를 들으며 그 동안 이 고마운 드라마를 보며 왜 자꾸 불편함을 느꼈는지 명확해졌다. 접근 의도가 오직흥미에만 집중됐기 때문이다.
 
일부 발달장애인의 단편적 특성이 창작의 소재로만 소모됐다. 그래서 그 안에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 삶의 깊이가 담기지 못했다. 결국 불편했다. 주변 모든 사람들이우영우 찬양가를 부를 때 정작 우영우의 현실을 살아가는 나와 내 가족은 이 모든 게 불편했다.
 
사실 작가 잘못은 아니다. 오히려 작가는 앞서 거론한 여러 이유로 고마울 뿐이다. 문제는 이 드라마가 이끌어 낸 대중들 반응이다. 드라마에 불편함을 드러낸 아주 작은 목소리에도 득달같이 달려들어 물어 뜯는다. “우리의 우영우를 공격한다며 대중들은 눈에 쌍심지를 켠다. 그런데 정작 드라마에 불편한 목소리를 내는 건 장애인 당사자나 그 가족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대중은 드라마 속 자폐인을 보호하기 위해 현실의 자폐인에게 비수를 던져댔다.
 
며칠 전 모임에 다녀온 아내가 한숨이다. 이 드라마에 어떤 점이 불편한지 말했더니 그 중 한 명이 불같이 화를 냈단다. ‘제발 우영우 좀 가만 놔뒀으면 좋겠다. ‘이런 드라마가 나와야 사람들 장애인식이 좋아질 것 아니냐. 그런데 그 모임, 장애인을 위한 여러 정책을 고민하고 나누는 자리다. 장애인을위해 비장애인들이 모였고, 장애인 가족이 불편한 점을 얘기하자 정작 당사자들 입을 막아버리려고만 한다. 드라마 속 자폐인을 보호하기 위해 현실 속 우영우를 거부해버리는 아이러니. 아니 어쩌면 몰지성.
 
비장애인 중심 세상에 장애인 우영우가 던진 화두는 뜨겁게 작동 중이다. 우린 지금 삶에서 자폐인 우영우에게 호의와 배려를 전하고 그 안에서 우리의 호의와 배려를 점검하는 시간을 갖는다. 모두가 우영우를 통해세상 보는 눈을 배웠다한다. 소수의 외침을 이해하게 됐단다. 최소한 발달장애인에 대한 하나의공의가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출근길 지하철 이동권 투쟁을 펼치는 이들을 향해병신육갑이라며 욕한다. 독일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항공기에 탑승이 거부된 발달장애인 관련 기사에는  ‘항공사가 잘 대응했다는 댓글이 넘쳐난다. 판타지를 지키기 위해 현실을 외면하는 괴이한 상황이 반복되고만 있다.
 
이런 불편함을 얘기할 때마다 사람들은 말한다. ‘과몰입하지 말라고. 정말 진심으로 묻고 싶다. 드라마와 현실을 구분 못 하고과몰입하는 게 어느 쪽인지. 그래서 그럼에도 여전히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착한드라마인지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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