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시장 기업공개(IPO) 고평가가 국내 증시의 하락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국내증시가 글로벌 지수보다 높은 하락 폭을 보이자 독립리서치 리서치알음의 최성환 대표가 한 말이다. 고평가된 신규상장 기업들이 지수에 편입된 이후 주가가 급락하면서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차량공유 플랫폼 업체 쏘카가 ‘유니콘 특례상장 1호’ 공모절차에 착수하면서 고평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쏘카가 공모가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벨류에이션이 높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업 등을 포함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쏘카는 우버, 리프트, 그랩 등 글로벌 차량 공유 플랫폼 선두 기업들보다도 높은 밸류에이션을 평가받게 됐다.
투자자들은 하반기 기업공개 대어로 꼽히는 쏘카의 상장이 올해 들어 규모가 급격히 줄어든 IPO 시장에 새로운 활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 바라보는 쏘카 상장은 이와 정반대다. 1조원이 넘는 쏘카의 몸값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서다.
쏘카는 이번 IPO에서 공모가 산정을 위해 매출액 대비 기업가치 비율(EV/Sales)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나온 희망 공모가는 3만4000~4만5000원이다. 예상 시가총액은 1조1436억~1조5136억원에 달한다.
통상 공모가 산정은 주가수익비율(PER) 방식을 사용하지만, 쏘카는 아직 적자 상태이기 때문에 매출액을 기준으로 공모가를 정했다. 이는 앞서 적자 기업으로 상장한
카카오페이(377300)와 같은 전략이다. 만약 쏘카의 공모가가 상단인 4만5000원으로 결정된다면 매출액 대비 기업가치는 5.05배에 달한다. 이는 글로벌 차량 공유 기업 우버나 리프트보다 최대 5배가량 고평가된 수치다. 우버의 매출액 대비 기업가치는 2.3배, 리프트는 1.1배, 그랩은 2.3배다.
쏘카의 기업가치가 고평가될 수 있었던 것은 비교기업들이 밸류에이션을 높였기 때문이다. 쏘카는 공모가 산정을 위해 총 10곳의 비교기업을 선정했다. 이들 비교기업 중에는 배달앱 사업을 하는 인도 고투나 스마트카 SW 업체인 오비고와 오로라 등이 포함됐다. 고투와 오비고, 오로라의 기업가치 대비 매출액배수는 각각 17.1배, 18.3배, 17.8배에 달한다.
신규 상장기업의 고평가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상장한 게임개발사
크래프톤(259960)은 상장 당시 '고평가' 지적을 받았던 대표적 종목이다. 크래프톤은 비교기업에 콘텐츠 사업 모델을 근거로 월트디즈니 등을 포함하면서 평균 PER을 45.2배로 적용했다. 그러나 현재 주가는 공모가(49만8500원) 대비 반토막이 났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IPO 시장의 특성상 고평가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IPO 기업들이 고평가받을수록 주관사들이 받는 수수료가 커지고, 비상장일 때 투자한 기관들의 수익률도 확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IPO를 통해 유치한 투자금의 재투자는 실물경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도 이를 막을 이유가 없다.
문제는 신규 상장 기업의 고평가가 국내 증시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지수산정 방식에선 IPO로 새로운 상장사가 들어오더라도, 지수에는 변화가 없다. 지수가 그대로인 상태에서 시가총액 합계만 커지는 것이다. 대형 IPO로 신규 상장한 기업들이 지수에 포함된 이후 주가가 떨어지면 지수도 함께 빠지게 된다.
IPO를 진행하는 기업도 이를 주관하는 증권사도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길 원한다. 그러나 IPO 기업의 고평가가 국내 증시하락의 원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내 증시가 글로벌 시장에서 적정 가치를 평가받기 위해선 합리적인 공모가 산정 방식이 필요하다.
박준형 증권부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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