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 지하철이 시민의 발이 될 뿐만 아니라 영화·드라마의 촬영장소로도 다시 사랑받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올해 상반기 영화·드라마 등 촬영지원이 6월 현재 90건을 기록하면서 코로나 이후 회복세를 보인다고 24일 밝혔다.
지하철은 시민의 일상과 삶에 밀접해 코로나 이전에는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 배경으로 자주 등장해 왔다. 2019년에는 336건으로 거의 하루에 한 번꼴로 촬영이 이루어질 정도로 인기 촬영지였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거리두기가 본격화된 2020년에는 66건으로 급감했다.
공사는 코로나로 인한 방역의 일환으로 2020년 2월부터 영화 촬영 협조를 불가피하게 잠정 중단했다. 지하철 촬영의 잠재수요를 고려해 2021년 6월부터 영업 종료 후에 촬영을 할 수 있도록 제한적인 완화를 일부 풀었다. 한 발 나아가 2021년 10월부터 운행 시간대 촬영 제한 조치를 전면 해제했으나, 마스크와 발열 체크 등 방역 조치를 완비해야 한다.
지하철 촬영건수는 드라마를 중심으로 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6월 현재까지 이미 90건의 촬영이 진행됐다. 이는 작년 한 해 동안의 전체 촬영 건수 86건을 넘어서는 수준이며, 향후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영화 6건, 드라마 20건, TV·CF 19건, 무상촬영 45건이다. 공사는 학생 영화, 공공기관 공익광고 등에 한해 무상촬영을 허용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 중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은 촬영이 이뤄진 장소는 6호선 녹사평역(7건)이다. 지하예술정원과 햇빛이 들어오는 이색적이고 아름다운 구조로 인해 다양한 기업광고의 장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이어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4건), 2호선 성수역(3건)도 촬영 명소로 이름을 올렸다. 월드컵경기장역은 큰 규모의 대합실과 승강장을 갖추고 있어 극 중 주인공들이 지하철 출퇴근 장면을 촬영하는 장소로 적합하다는 평이다.
서울 지하철 뮤직비디오·드라마 촬영지 중 가장 잘 알려진 곳은 2호선 신설동역에 위치한 ‘유령 승강장’이다. 옛 지하철 역명판과 노란색 안전선이 그대로 남아 있어, 세월의 흔적이 드러나는 독특한 분위기로 인해 촬영 신청이 많다.
신설동역 유령 승강장은 과거 5호선 설계 시 운행 구간으로 계획된 공간으로, 1974년 1호선 건설 당시 미리 구조물을 지어놓았으나 이후 계획이 변경되면서 사용하지 않는 공간이 됐고, 지금은 승객 없이 차량기지로 입고하는 열차만 오가는 공간이다.
지하철 역사 내 숨겨진 특별한 공간은 5호선 영등포시장역과 2·6호선 신당역에도 존재한다. 타 노선과의 환승을 위해 미리 구조물을 건설했지만 이후 계획이 변경되면서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곳들이다. 콘크리트와 벽돌조로 이루어진 날 것의 이색적인 공간으로 드라마·영화 촬영 장소로 자주 활용된다.
영화·드라마·광고 등 영리영상물의 경우 휴일을 제외한 촬영 희망일 7일 이전까지 서울영상위원회 누리집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공사가 지정한 별도 촬영 수수료를 납부해야 한다. 촬영 수수료는 일반 역사는 시간당 10만원부터 시작해 인원 등에 따라 비용이 추가된다. 혼잡역사나 터널·차량기지 등은 비용을 더 내야 한다.
비영리영상물의 경우 휴일을 제외한 촬영 희망일 4일 이전까지 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이후 공사의 승인을 받은 신청자들은 지하철 내에서 촬영을 진행할 수 있다. 지하철 이용객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승인되지 않은 촬영은 금지된다.
김정환 서울교통공사 홍보실장은 “지하철은 시민의 하루를 열고 닫는 일상 속 공간인 만큼 많은 촬영지원 신청이 접수된다”라며 “세계 최고라고 평가받는 K-지하철의 모습이 K-콘텐츠를 통해 보여지면서 대한민국의 위상이 더욱 올라갔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 신설동역 일명 '유령 승강장'서 촬영이 진행되는 모습. (사진=서울교통공사)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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